[프라임경제] 1세대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가 결국 파산했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커머스 업계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홈플러스와 SK스토아 등 대형 유통사 매각이 이어지며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자금력과 경영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중소업체들이 대형 유통사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정육각-초록마을 사태'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10일 위메프의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을 확정하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말 위메프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법원은 위메프의 청산가치(약 134억원)가 존속가치(-2234억원)보다 높다고 평가하며 지난 9월 회생폐지 결정을 내렸다.

위메프는 대규모 미정산 사태 발생 후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었지만, 결국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법인 파산이 선고되면 법원이 지정한 파산관재인이 회사의 남은 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들에게 우선 순위에 따라 분배해 준다. 채권 신고 기간은 내년 1월6일까지다.
채권자집회와 채권 조사 기일은 같은 달 27일로 예정됐다. 다만 위메프에 남은 재산이 없어 미정산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구매자 47만명과 판매자 5만6000명 등 52만명이 피해를 봤고 피해 규모는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는 "위메프의 10만 피해자들은 구제율 0%, 즉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이번 사태는 현행법 제도가 온라인 유통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위메프 파산으로 업계의 시선은 홈플러스와 SK스토아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홈플러스 공개 입찰에는 중소 IT업체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업체 스노마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은 운영사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 3월4일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처음 진행한 공개 경쟁 방식이다.
홈플러스는 몸값 약 4조원, 청산가치 3조 6819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유통 플랫폼이다. 여타 유통 대기업들도 선뜻 인수하기 어려운 규모다.
두 중소기업의 인수 역량을 둘러싼 시장의 회의적 시선이 짙다. 하렉스인포텍은 지난해 매출 3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한 AI 핀테크 기업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미국 투자자문사를 통해 약 2조8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 역시 매출 116억원, 순손실 7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1597억원 중 부채가 1375억원에 달한다.
비슷한 상황은 SK스토아 매각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매출 700억원 규모의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 매출 3000억원 규모의 국내 1위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업체 'SK스토아'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퀸잇을 운영하고 있는 라포랩스는 최근 SK스토아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인수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라포랩스 측은 "SK스토아 실사 이후 현재는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무모한 시도"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포랩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SK스토아 인수에는 몸값으로 거론되는 1000억원 규모의 매각가 이외에도 향후 2~3년간 운영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라포랩스는 부족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SK스토아 매각을 두고 2022년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사례를 떠올린다.
정육각은 당시 연매출 400억원대의 온라인 정육 플랫폼이었지만, 초록마을(매출 1900억원)을 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정육각은 보유 현금과 투자금 약 530억원에 신한캐피탈의 브리지론 370억원을 더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무리한 인수로 재무 상황이 악화된 정육각은 올해 7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인수 이후 3년간 두 회사가 낸 누적 손실은 1000억원을 넘는다.
SK스토아 노동조합은 "매년 누적 결손이 쌓이는 기업이 경영 능력을 보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식적으로 매각 반대 성명을 냈다. 노조는 특히 "과거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사례와 닮았다"며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무모한 인수는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스토아 인수 후 매출과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했을 때, 이자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대형사를 인수할 때는 인수 금융 부담과 피인수 기업 구성원의 반발 등 내부적인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인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인수를 통해 기대되는 실질적 이익으로 상쇄될 수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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