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젬백스의 ‘흔들리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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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젬백스앤카엘는 지난 7일 다소 아쉬운 내용이 담긴 임상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젬백스앤카엘
젬백스앤카엘는 지난 7일 다소 아쉬운 내용이 담긴 임상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젬백스앤카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코팅 레진, 필터 제조사업과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사업을 영위 중인 코스닥 상장사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이 최근 두 가지 공시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젬백스가 공시한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임상시험 결과)’과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인데요. 모두 젬백스의 계획 및 기대에 반하는 공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임상시험 결과를 알린 공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젬백스가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한 건 금요일이었던 지난 7일, 한 주간의 장을 마친 뒤인 저녁 7시 무렵이었습니다. 공시가 이뤄진 시간은 물론 내용도 ‘올빼미 공시’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었는데요. 

GV1001은 젬백스가 20년 가까이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는 주력 신약 치료물질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8개 국가에서 진행된 이번 임상 2상 결과는 썩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선,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ADAS-cog11’에서 0.56mg 투여군이 4.14점, 1.12mg 투여군이 4.31점, 위약군은 4.30점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차 평가지표인 ‘삶의 질 설문지(QoL-AD)’가 유의미한 수치를 보이고, 안전성이 입증된 점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핵심적인 성과는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결과죠.

금융감독원은 젬백스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세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 뉴시스
금융감독원은 젬백스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세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 뉴시스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금감원이 지난 10일 공시한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는 젬백스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 대한 겁니다. 젬백스는 지난 8월말 약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는데요.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670만주를 새로 발행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조달 자금은 GV1001 연구개발 및 임상비용 운영자금, 채무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고요.

하지만 금감원은 “심사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또는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금감원의 이러한 결정이 더욱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어느덧 세 번째 퇴짜라는 점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9월 26일 처음으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한 차례 퇴짜를 놓았고, 이에 젬백스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음에도 지난달 23일 또 한 번 퇴짜를 놓은 바 있습니다. 이유는 모두 같았죠. 젬백스는 연이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신약 개발 진행 상황과 소송 관련 내용, 향후 계획 및 전망 등을 보강했으나 좀처럼 금감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젬백스는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까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임상 결과, 그리고 임상 진행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의 제동은 ‘엎친 데 덮친’ 악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젬백스는 좌절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인데요. 우선, 젬백스는 이번 임상 2상 결과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면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임상 3상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진행성 핵상마비 치료제로서의 GV1001 임상 2상 전체결과를 2주 이내에 발표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히며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해당 임상결과가 뚜렷한 성과를 낳을 경우 반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임상결과가 연거푸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우려는 더욱 커지겠죠.

금감원의 문턱을 넘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성공하는 것 역시 중요한 당면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예정된 임상결과 발표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특히 임상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경우, 금감원의 문턱을 넘더라도 유상증자를 무사히 마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젬백스에게 2주 뒤로 예정된 임상결과 발표는 여러모로 중대기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젬백스가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젬백스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임상시험 결과)’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1107900915
2025. 11. 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감독원, 젬백스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1110100016
2025. 11.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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