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조예원 인턴 기자] "라이브 했다"는 한마디가 칭찬이 되는 시대다. 가수라면 노래하는 게 당연하지만 요즘엔 그 당연함이 특별해졌다. 화려한 안무와 무대 연출이 기본값이 된 K-POP에서 아이돌의 '진짜 목소리'는 이제 드문 장면이 됐다. 완벽한 퍼포먼스와 생생한 라이브 사이, 대중은 무엇을 더 '가수다움'으로 느끼고 있을까.
음악방송 무대에서 완전한 라이브는 드물다. 복잡한 안무와 세밀한 카메라 연출 속에서 안정적인 사운드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돌 무대가 사전 녹음된 AR에 의존한다. 이는 완성도와 무대의 퀄리티를 위한 선택이다. 그 결과 립싱크는 더 이상 '속임수'가 아니라 퍼포먼스 연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은 본래 댄스 가수라는 점에서도 기준이 다르다. 그들은 노래를 들려주는 가수이자 무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퍼포머다. 노래와 퍼포먼스가 비슷한 비중을 가지는 시스템 안에서 립싱크는 하나의 전략이자 연출 방식이 되었다.
팬들이 '라이브'라는 말에 반응하는 이유는 그 무대가 지금 이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번의 생라이브만으로 팬들은 "역시 실력파다", "믿고 듣는다" 같은 반응을 보인다. 라이브는 실수를 감수한 대신 현장의 온도가 전달되는 무대로 여겨진다. 반대로 완벽한 립싱크 무대는 정교하지만 때로는 감정이 비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라이브 무대를 할 때면 팬들의 어깨가 함께 올라간다. '내 가수가 노래를 잘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반대로 라이브를 회피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면 그 순간은 금세 회자된다.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팬들과 인사하거나 1위 공약을 실천하며 노래 파트를 넘기기도 하고, 멤버들의 합창으로 목소리를 가리기도 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런 장면은 자연스레 눈에 띄고, 오래 남는다.
물론 용기를 내 라이브를 시도했다가 실력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음정이 불안정하거나 직전 무대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면 '역시 립싱크였나'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그룹은 AR과 라이브의 차이를 최소화하거나 압도적인 성량으로 '진짜 부르고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가사를 일부 바꾸거나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넣는 식으로 라이브임을 보여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립싱크는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장치이다. 하지만 관객이 기대하는 건 완벽함 그 자체가 아니라 '직접 부른 무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무대에 서느냐다. 립싱크를 했더라도 그 무대가 감정을 전달했다면 그것 역시 예술이다. 다만 완벽한 안무 뒤로 숨겨진 입술의 움직임보다, 떨리는 숨소리 하나가 더 오래 기억될 때가 있다.
K-POP은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그 속에서도 팬들은 종종 무대 위에서 진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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