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금융당국 제재에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에 회사 측과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매각 불확실성은 물론 보험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례회의를 열고 롯데손보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의결했다. 비계량평가 항목을 근거로 이번 조치를 내린 것은 2005년 쌍용화재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조치는 롯데손보의 최근 경영 실적과 재무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나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롯데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고, 지급여력비율(K-ICS)도 141.6%로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웃돌았다. 자본적정성 계량평가 역시 ‘3등급(보통)’으로 최소 기준을 충족했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비계량 평가 부문인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체계(ORSA)’ 미도입 등을 이유로 들며 자본적정성을 ‘취약(4등급)’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2개월 내 △자산 처분 △비용 절감 △조직 효율화 등 경영개선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며, 금융위 승인을 받은 뒤 1년간 개선 작업을 이행해야 한다.
롯데손보는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은 “ORSA 도입 유예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근거해 이사회 의결을 거친 적법한 절차”라며 “상위 법령에 따라 유예를 결정했음에도 이를 문제 삼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역시 6일 금감원, 7일 금융위 앞에서 연이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경영실태평가는 지급여력비율 뿐만 아니라 기본자본, 회사의 리스크관리 체계 등 자본 적정성 관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라며 “특히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마이너스(-)12.9%로 업계 평균(106.8%)과 비교하면 최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롯데손보 측이 증자 계획을 제출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있었고 단기간에 개선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며 “2021년에도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바 있으며, 당시 문제점이 4년이 지나도록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주주 JKL, 롯데손보 매각 날벼락
이번 조치는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의 매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8월부터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며 실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영개선권고로 평판 리스크가 불거지며 매각가 하락과 일정 지연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충격이라는 분위기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적잖게 놀랍게 볼 것”이라며 “법적 기준(지급여력비율)은 충족했지만,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는 건 회사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고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인 만큼 단기 수익 위주의 경영이 불가피하고, 유상증자 등 장기 자본 확충이 어려운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수년간 건전성과 수익성 문제가 반복 지적됐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가 롯데손보 매각 절차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시정조치가 내려진 회사를 지금 당장 인수하는 것은 투자자나 주주 입장에서 모두 부담스러운 결정일 것”이라며 “적기시정조치가 해소되고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른 뒤에야 매각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롯데손보 관계자는 “경영개선권고 결정에 대해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정상적인 경영활동 및 영업 보상 등 보험사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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