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손 시티의 악몽’ 프랑스, 충격의 예선 탈락…성급한 여유가 화를 불렀다 [MD케손시티]

마이데일리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사진./Volleyballworld

[마이데일리 = 케손 시티 김희수 기자] 언제나 강자의 적은 방심인 법이다.

올림픽 백투백 챔피언 프랑스가 충격적인 예선 탈락의 멍에를 썼다. 프랑스는 한국 시간 18일 필리핀 케손 시티 스마트 아라네타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 C조 예선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3(26-28, 23-25, 25-21, 25-20, 12-15)으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충격적인 결과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을 모두 제패한 프랑스의 예선 탈락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세계선수권에서는 아직 우승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는 프랑스기에(최고 성적 2002년 3위)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무너졌다. 최대 강점인 수비 조직력이 앞선 두 경기에 비해 헐거웠고, 블로킹에서도 아르헨티나에 5-11로 밀렸다. 클러치에서 언제나 게임 체인저로 나서던 에르벵 은가페는 3세트 도중 코트를 떠날 정도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쟝 패트리의 화력도 앞선 경기들보다 아쉬웠다.

시간을 잠시 돌려보면, 프랑스는 첫 경기였던 한국전에서 주전 라인업을 가동하며 3-0 승리를 챙긴 뒤 핀란드를 상대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니콜라스 르 고프와 트레버 클레베노가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은가페도 체력을 안배했다.

다만 이게 핀란드전에서 져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었다. 로테이션을 돌리면서도 승리를 해서 아르헨티나전을 편안하게 집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문제는 프랑스가 핀란드전에서 패했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이 되면서 마지막 한국전 승리 시 16강 진출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됐고, 결국 한국전에서 총력전을 펼치며 승점 6점을 마크했다.

핀란드전 패배로 승점 4점이 된 프랑스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지 못하면 탈락하거나 3자 동률로 세트 득실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핀란드전에서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면 처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 압박감은 프랑스를 무너뜨렸다. 1-2세트를 내리 내주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강팀의 저력을 발휘하며 어떻게든 경기를 5세트까지 끌고 갔지만, 배구 도사 루치아노 데 체코가 프랑스에 비수를 꽂았다. 9-7에서 절묘한 수비에 이은 신들린 B속공 연결로 팀의 10점 선착을 이끌었다. 끝까지 추격을 이어간 프랑스였지만 승리는 아르헨티나의 것이었다. 14-12에서 루치아노 비센틴의 강타가 터졌다.

경기가 끝나자 클레베노는 코트에 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앙투안 브리자드는 눈물을 흘렸다. 무난한 16강 진출이 예상되는 조 편성 속에서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정조준했지만 충격의 예선 탈락을 맞이하고 말았다.

만약 프랑스가 핀란드전에서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고 전력을 다해 승점 3점을 땄다면,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채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었다. 조 1-2위가 크게 중요치 않을 정도의 토너먼트 경험과 선수층을 갖춘 프랑스기에 더더욱 그쪽이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로테이션을 돌려도 핀란드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 속에 더 큰 이득을 노렸고, 이 선택이 실패로 돌아가며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었다.

인터뷰 중 눈물을 보인 주장 벤자민 토니우티./케손 시티=김희수 기자

경기 종료 후 믹스드 존에서는 프랑스 기자들이 안드레아 지아니 감독에게 모여들며 거의 청문회에 가까운 분위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프랑스 선수들은 눈물을 보이거나 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르게 믹스드 존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케손 시티는 프랑스에게 악몽의 도시로 남게 됐다.

기자들에게 둘러쌓인 안드레아 지아니 감독./케손 시티=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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