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6실책. '프로'의 경기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하루를 보낸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결국 광주 원정길도 늦춘 채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롯데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홈 맞대결에서 0-13으로 무릎을 꿇으며,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앞선 경기를 곱씹을 필요도 없다. 이날 경기만으로 이전의 경기력도 모두 엿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롯데의 수비력은 처참했다. 실책이 시작된 것은 2회부터였다. 0-2로 뒤진 2회초 1사 1루에서 심우준이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쳤다.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됐어야 하는 상황. 여기서 전민재가 포구 실책을 저질렀다. 다행히 실점과 연결되진 않았는데,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롯데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3회. 롯데는 3회초 선두타자 문현빈을 1루수 나승엽의 실책으로 내보내며 이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선발 알렉 감보아가 김태연에게 볼넷을 내주며 찾아온 2사 1, 2루에서 하주석에게 유격수(전민재)와 3루수(손호영) 방면에 뜬공을 유도했고, 실점 없이 이닝이 매듭지어지는 듯했는데, 여기서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 실책이 발생했다.
전민재와 손호영이 서로 타구 처리를 미루다가, 그 누구도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평범한 뜬공 타구는 유격수 오른쪽 방면의 적시타로 이어졌다. 스코어는 0-3. 그리고 이로 인해 감보아는 최재훈에게 2타점 2루타, 심우준에게 추가 적시타까지 내주면서 간격은 0-6까지 벌어졌다. 실책 하나가 무려 4실점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에 롯데 선수단은 3회초 수비가 끝난 뒤 더그아웃에서 '집합'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 효과는 전혀 없었다. 이후에도 실책이 멈추질 않았다. 4회초 2사 1, 3루에서는 한태양이 평범한 2루수 뜬공을 놓치더니, 8회초에는 땅볼 타구에 두 번째 실책을 기록했다. 그리고 9회초에는 3루수 손호영이 포구 실책을 저지르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날 롯데는 2회초 전민재의 실책을 제외하면 모든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됐는데, 투수들이 내어준 13실점 중 자책점은 단 4점에 불과했다. 특히 전민재와 손호영이 서로 타구 처리를 미뤘던 걸 실책으로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5개의 실책은 롯데가 뽑아낸 안타(4개)보다 더 많았다.
경기가 끝난 뒤 사직구장의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롯데 더그아웃에 코치와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기 때문. 그리고 이내 '캡틴' 전준우를 비롯해 빅터 레이예스를 포함한 모든 야수들이 마운드를 향해 쏟아져 나왔고, 모든 코칭스태프도 모습을 드러내더니, 미팅이 진행됐다.
미팅은 곧 수비 훈련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11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끝난 뒤에는 샤워를 하고 식사를 마친 뒤 원정길에 오르는데, 이날은 달랐다. 모든 선수들은 훈련복으로 환복한 채 모여들었고, 광주 원정 출발 시간을 늦춘 채 수비 훈련에 돌입했다. 김태형 감독 또한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도 롯데의 수비력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훈련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그리고 평범한 뜬공 타구를 잡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렇게 롯데의 수비 훈련은 약 20분 동안 진행된 후에야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훈련이 끝은 아니었다. 코칭스태프, 주장 순으로 선수들은 한동안 미팅의 시간을 추가로 갖기도 했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2만 2011명의 관중이 찾았다. 하지만 클리닝타임을 기점으로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팬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더니, 경기 막판에는 3루 한화 응원석과 흡사할 정도로 많은 팬들이 사직구장을 떠났다. 팬들도 끝까지 지켜보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약 20분의 수비 훈련이 당장의 경기력을 크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롯데 선수단이 경기가 종료된 후 그라운드에 모여 수비 훈련을 소화한 것은 일종의 '메시지'에 해당된다. 처참한 경기력을 보인 것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아쉬운 수비를 포함해 한 경기에서 사실상 6개의 실책을 쏟아낸 것은 선수 개개인의 문제라 볼 수 없었다. 이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처져 있는 것은 물론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때문에 확실히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성이 있었다. 과연 롯데가 광주행을 늦추면서까지 진행한 수비훈련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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