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솔직히 (10승) 못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손주영(LG 트윈스)이 생애 첫 10승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9승에서 10승까지 2년이 필요했다. 손주영은 그간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 놓았다,
손주영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구속은 최고 149km/h를 마크했다. 포심(41구), 커브(36구), 커터(19구), 스플리터(2구)를 구사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73.5%(72/98)로 훌륭했다.
생애 첫 10승이다. 손주영은 지난 시즌 9승(10패)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토종 에이스로 도약했고, 지난 7월 30일 KT 위즈전 7이닝 무실점 승리로 일찌감치 9승을 올렸다. 이후 5경기서 모두 승패 없이 물러났다. 이날 5전 6기 끝에 '10'이란 숫자를 채운 것.
두산에 약했기에 더욱 기쁜 승리다. 손주영은 경기 전까지 올해 두산전 3경기서 무승 2패 평균자책점 10.80에 그쳤다. 9개 구단 중 가장 나쁜 성적. 가장 중요한 순간 천적을 극복했다.
31년 만에 구단 대기록을 썼다. LG는 10승 선발투수 4인방을 완성했다. 손주영과 더불어 요니 치리노스(12승), 임찬규(11승), 송승기(10승)가 그 주인공. 1994년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 인현배(10승)에 이어 처음이다.


시작은 깔끔했다.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았다.
두산전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2회 1사 2루에서 김기연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맞았다. 4구 커터가 실투로 들어갔다. 3회 볼넷과 오스틴 딘의 포구 실책으로 만들어진 무사 1, 3루, 강승호를 병살타로 잡으면서 1점을 내줬다. 이어 제이크 케이브와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박준순을 3루수 땅볼로 잡고 힘겹게 이닝 종료.
이후 각성했다. 4회 1사 이후 호명진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이유찬과 정수빈을 각각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5회는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마무리. 6회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은 뒤 곧바로 박준순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김기연도 3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마지막까지 공에 힘이 있었다. 7회 선두타자 오명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유찬에겐 볼넷을 내줬다. 1사 1루서 정수빈을 헛스윙 삼진, 안재석을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타선은 넉넉하게 8점을 지원했다. 불펜도 2이닝을 1점으로 막았다. LG는 8-4로 승리, 손주영은 10승을 챙겼다.



경기를 끝내고 취재진을 만난 손주영은 "솔직히 (10승) 못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세 경기 남았는데 좀 쫄리더라"며 드디어 웃었다.
이어 "밸런스가 좋았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되겠다 했는데, 실투 하나를 딱 맞았다. 그래도 차분하게 생각했다. 예전에는 흥분해서 강하게만 던지려다 볼넷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도 두드려 맞다보니 좋아진 것 같다"며 경기를 돌아봤다.
5전 6기라고 하지만, 작년을 포함해 10승까지 2년이 필요했다. 지난해 손주영은 9월 21일 생애 첫 9승을 챙겼다. 마지막 등판에서 10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 끝에 불펜 등판으로 규정 이닝만 소화, 가을야구에 올인하기로 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1이닝 던지고 그냥 쉬는 것으로, 10승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그게 훨씬 포스트시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한 것 같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설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작년 10승 포기가 눈에 밟히지 않았을까. 손주영은 "욕심 없었다. 가을 야구 때 잘했으니까. 지금 와서 '그때 (10승) 할걸' 이런 생각도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판타스틱 4' 대기록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손주영은 "마지막에 하니까 더 짜릿한 느낌이다. 거기 일원이 된다는 게 쉽지 않은데 감사하다. 강한 팀에 있어서 제가 10승을 할 수 있었다. 수비와 타격이 좋기 때문에 10승을 할 수 있었다. 팀에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9승이 워낙 빨랐기에 금방 10승을 달성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6경기나 소모될 줄 아무도 몰랐다. 그동안 앞선 '10승 3인방'은 어떤 말을 해줬을까. 손주영은 "(임)찬규 형은 5이닝 전력투구해서 점수를 안 주는 식으로 하라더라. 치리노스나 톨허스트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광삼 투수코치에게 특히 감사하다고 했다. 손주영은 "김광삼 코치님이 많이 챙겨주시고 위로도 해주셨다. 저번 주 일요일 제가 원래 마운드에서 피칭을 잘 안 하는데, 변화를 주고 싶어서 했다. (김)광삼 코치님과 대화를 하면서 훈련하니 오늘 직구와 커브 커맨드가 예전 좋았을 때로 돌아가더라.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이 10승까지 긴 시간은 걸렸지만 커리어 첫 10승 축하하고, 오늘의 10승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투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