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정부가 2023년부터 '바이오헬스 핵심 인재 11만명 양성'을 추진해 왔지만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는 돌연 관련 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본지가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중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효율화 및 정비 내역'을 확인한 결과,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인력 관련 예산은 총 12개 항목이 줄었고 감액 규모는 434억2100만원에 이른다.
가장 큰 타격은 '제약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다. 올해만 1732억9000만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으로, 제약 기업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훈련시키는 핵심 프로그램이지만 내년도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세부 항목인 '경쟁력 강화'(67억2200만원), '글로벌 진출 지원'(93억7000만원), '생태계 구축 지원'(33억2500만원) 예산도 모두 빠지면서 제약 인력 관련 지원 체계가 사실상 멈춰서게 됐다.
또 다른 핵심 과제였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도 올해 98억9000만원에서 내년에는 0원으로 조정됐다. 연구 현장과 임상을 잇는 의사과학자를 길러내는 국가 전략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사무국 운영비조차 4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밖에 올해 15억원이 배정됐던 '바이오헬스 아카데미'는 내년 예산이 전액 끊겼다. 이 사업은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해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업계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취지에서 올해 첫 도입됐다. 그러나 집행 지연을 이유로 이미 삭감된 데 이어 내년에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보건산업 전문인력양성 관리운영'(5억4800만원)과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정책연구'(8000만원)도 모두 0원으로 편성됐다. 관리·운영 사업은 각종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지원 예산, 정책연구 사업은 중장기 인재 수급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비 성격인데, 두 사업 모두 전액 배정이 끊기면서 사실상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관련 예산 가운데는 그나마 '바이오헬스 전문인력양성 정책연구비'는 62억8000만원에서 61억3000만원으로 소폭만 감액돼, 연구 과제 자체는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축소 이유로 재정 효율화와 사업 간 우선순위 조정을 내세웠다. 실제로 내년도 복지부 예산은 바이오 인력양성보다는 R&D와 신기술 분야에 무게를 실었다.
AI 기반 신약개발, 데이터 활용 플랫폼 구축 등 신기술 인재 양성 예산은 오히려 확대됐고,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감염병 대응 백신·치료제 개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임상 지원, 첨단재생바이오 연구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입되는 자금이 늘면서 R&D 중심 투자 기조가 강화됐다.

'바이오 실전형 핵심 인재 11만명 양성'은 2023년 4월 윤석열 정부 당시 국가바이오위원회가 국가 전략 과제로 처음 제시한 이후, 현 정부에서도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위원회는 2027년까지 11만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다시 확인했으며, 지난 9월 송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은경 장관이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토론회에서 "AI 신약 개발 전주기 지원, AI·로봇 기반 자율 실험실 구축”과 함께 "실전형 핵심 인력 11만명 양성과 글로벌 톱티어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역시 "바이오 산업이 자율적이고 공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과는 달리 내년도 예산에서 인재 양성 관련 사업이 대폭 축소되면서 실행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장과 괴리된 결정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R&D 지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인력 양성 예산을 줄이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며 "해외 주요국처럼 중장기적 마스터플랜 속에서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인력양성 예산이 전면적으로 삭감됐다기보다 항목 간 조정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내년 예산안은 올해(125조4909억원)보다 9.7% 늘어난 137조6480억원으로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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