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38, 한화 이글스)에게 홈런을 터트린 미친 타격 재능.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을 구상하면서 윤도현(22)을 풀타임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무릎에 부상한 박찬호 대신 유격수로 썼다가 송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2군에 보내야 했다.

이후 김선빈의 종아리 부상 공백이 발생하자 1군에 올려 2루수로 기용했다. 결국 윤도현이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 2루라는 걸 이범호 감독도 이때 확실히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루수로도 오래 기용하지 못했다. 수비 도중 손가락을 다치면서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6월11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실전이 중단됐다.
또 지긋지긋한 부상에 사로잡혀 시즌을 접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던 상황. 이범호 감독도 체념했으나 반전이 일어났다. 윤도현은 꾸준히 재활에 임했고, 8월 말엔 퓨처스리그에서 재활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9월 확대엔트리 적용과 함께 1군에 복귀했다.
윤도현은 1군에 복귀하자마자 리드오프를 맡았다. 그리고 1회초 복귀 첫 타석부터 류현진에게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바깥쪽으로 한참 벗어난 공을 힘차게 밀었다. 남다른 컨택 능력이었다. 심지어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초구 몸쪽 145km 포심을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를 뽑아냈다. 컨택만 좋은 게 아니라 한 방 능력도 있다.
1군 복귀 후 4경기서 18타수 7안타 타율 0.389 1홈런 2타점 4득점 1도루로 좋은 페이스다. 타격 재능은 중~고교 시절 라이벌 김도영에게 버금가는 수준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다. KIA는 그동안 마땅한 리드오프가 없었다. 윤도현에게 잔여시즌 리드오프를 꾸준히 맡길 수도 있다. 김도영이 없으니 일단 주 포지션은 3루다.
그렇다면 윤도현은 2026년에 어떻게 활용될까. 2군에선 이미 보여줄 걸 다 보여줬다. 무조건 1군에서 승부를 봐야 할 선수다. 현 시점에선 변수가 있지만, 내년에는 1군 풀타임 유틸리티를 맡는 게 최상으로 보인다.
KIA는 다가올 FA 시장에서 최대 6명의 선수를 배출한다. 그들의 내년 진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공백을 최소화한다고 가정할 때 윤도현이 내년만큼은 3루수, 유격수, 2루수를 모두 소화하는 유틸리티 백업을 맞는 게 마침맞다. 김도영, 박찬호, 김선빈을 당장 벤치로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
박찬호가 설령 FA 시장을 통해 떠난다고 해도 윤도현이 풀타임 유격수를 소화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이나 김도영은 타격 재능을 극대화하는 게 맞다고 바라보는 지도자다. 일단 과거 류지혁(삼성 라이온즈)처럼 전 포지션 백업으로 뛰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어느 하나의 포지션에 정착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때까지 잘 버티고 많이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주전이 될 수 있다. 이제 정말 다치면 안 된다.

KIA는 5강행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윤도현의 타격 재능을 확인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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