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종합병원이라고 하면 실례다.
클레이튼 커쇼가 약 4개월만에 초고속 10승을 달성했다. 커쇼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주말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서 5⅔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시즌 10승(2패)을 따냈다.

37세의 베테랑 커쇼가 다저스를 구했다. 다저스는 6~7일 경기서 태너 스캇과 블레이크 트레이넨의 부진으로 연이틀 9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특히 7일 경기서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3-0으로 앞선 9회말 2사까지 노히트 투구를 한 뒤 솔로포를 맞고 내려가자 불펜이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역전패를 당했다.
커쇼는 다저스가 원하는 투구를 해냈다.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포 속에 1회말에 등판해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선보였다. 90마일대 포심이 간혹 나왔지만, 주로 87~88마일 포심에 80마일대 초~중반의 슬라이더, 70마일대 초반의 커브를 구사했다.
심지어 3회 선두타자 호세 마테오에게 뿌린 2구 커브는 58.6마일(약 94.3km)짜리 초저속이었다. 지난 이틀간 다저스 불펜을 화끈하게 공략한 볼티모어 타선이 커쇼의 느림의 미학에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단, 6회에는 2사 후 거너 헨더슨과 엠마뉴엘 리베라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슬라이더가 잇따라 가운데로 들어갔다. 이것도 안 하면 AI 투수다.
다저스 불펜은 커쇼가 남긴 주자 1명을 홈으로 보냈지만, 지난 2경기와 달리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저스가 5-2로 승리하며 5연패를 끊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아슬아슬하게 1경기 앞선 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단독 1위를 지켰다.
아울러 커쇼는 올 시즌 19경기만에 10승을 달성했다. 10승2패 평균자책점 3.27, 피안타율 0.243에 WHIP 1.16이다. 전성기의 압도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5월18일 LA 에인절스전서 시즌 첫 등판을 가진 뒤 한 번도 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꼬박꼬박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4개월만에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올해 다저스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4.01로 메이저리그 14위다. 이름값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만 27경기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2.27로 제 몫을 한다. 문제는 5월 중순에 시즌을 시작한 커쇼보다 선발 등판을 많이 한 다저스 투수가 야마모토밖에 없다는 점이다. 18경기의 더스틴 메이(6승7패 평균자책점 4.85), 14경기의 타일러 글래스노우(1승3패 평균자책점 3.41), 12경기의 오타니(1승1패 평균자책점 3.75)를 제외하면 1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한 투수도 없다. 오타니도 사실상 이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본다면, 올해 다저스는 제대로 된 선발이 없다.
블레이크 스넬이 8경기서 3승4패 평균자책점 3.19, 사사키 로키가 8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72다. 스넬은 부상 공백기를 딛고 돌아왔고, 사사키는 트리플A에서도 헤맨다. 글래스노우도 몸값을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에밋 쉬한, 토니 곤솔린은 에이스급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저스는 올해 가을야구서 야마모토와 커쇼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을 듯하다. 커쇼도 지난 수년간 부상이 있었고, 작년 11월에 무릎과 발가락 등에 수술을 받고 돌아온 투수다. 두 군데나 수술하고 돌아온 37세의 베테랑이 이 정도로 해내는데, 다른 몸값 비싼 다저스 선발투수들은 반성해야 한다. 올해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치면 이들의 책임은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한다.

이제 다저스 사람들이나 다저스 팬들이 더 이상 커쇼에게 종합병원이라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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