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불합격' 취업 생중계 "뽑아주세요"→울먹울먹→눈물 펑펑...숨죽여 지켜본 기쁨과 슬픔의 현장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페퍼저축은행에 호명된 김민지(왼쪽)와 흥국생명에 호명된 문다혜(오른쪽)가 울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단장님, 감독님 제발 뽑아주세요"

3라운드부터 다수의 팀이 패스를 선언하자 학부모석에서는 "단장님, 감독님 제발 뽑아주세요"라며 간절한 외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2025-202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58명의 선수가 참석했다. 시작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장난치고 셀카 촬영하며 웃음꽃을 피우던 여고생들이었지만 지명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5-202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석한 선수들이 셀카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2025-202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석한 선수들 / KOVO(한국배구연맹)

1.2라운드의 지명은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3라운드가 시작되자 지명을 포기하는 팀들은 늘어났다. 3라운드에서는 한국도로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팀이 패스를 외쳤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선수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호명될 때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4라운드에서도 선수를 지명한 팀은 3팀뿐이었다. 지명을 받은 선수는 무대 위에 오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지만, 아직 호명되지 않은 친구들 생각에 마음껏 웃지도 못했다. 취업 생중계 현장의 모습이었다.

수련 선수 지명 순간이 되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사회자인 SBS 스포츠 신예원 아나운서가 구단들에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라며 여러 차례 권유하기 시작했다. 신인 드래프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생중계 취업 현장이다. 지명받은 선수는 취업에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취업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예원 아나운서도 구단들에 읍소하며 한 명이라도 더 뽑아달라고 말을 한 것이다.

감독들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선수를 많이 뽑으면 좋겠지만 구단마다 사정이 있다. 미안한 마음도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흥국생명 수련 선수로 호명된 문다혜가 울먹이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2025-202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현장 / KOVO(한국배구연맹)

3.4라운드 패스를 외쳤던 흥국생명이 수련 선수를 3명 뽑았다. 특히 문다혜(세화여고)는 호명되는 순간부터 울먹이며 무대에 올랐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페퍼저축은행 김민지(광주체고)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힘들게 사진 촬영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2025-202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마무리됐다. 신인 드래프트에 참석한 58명의 선수 중 21명(프로 지명률 36.2%)의 선수만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취업에 성공했다. 결국,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은 가족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냈다. 절반이 넘는 63.8%의 선수는 가족과 친구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험난한 취업문을 통과한 선수들도 취업에 실패한 친구들 앞에서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잔인한 현장이 신인 드래프트다.

[흥국생명 수련 선수로 지명된 문다혜와 페퍼저축은행 수련 선수로 지명된 김민지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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