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올해는 안식년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데 리그 최고의 타자로 다시 태어났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이야기다.
다른 해와 달리, 올 시즌 구자욱의 출발은 조금 느렸다. 구자욱은 2024년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했다. 왼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고, 한국시리즈 내내 벤치를 지켰다. 생각보다 부상이 컸다. 스프링캠프 중반까지 재활에 힘썼다. 운동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구자욱은 3~4월 31경기 동안 타율 0.259(116타수 30안타)를 기록했다.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였다. 하지만 5월은 타율 0.236(89타수 21안타)으로 한술 더 떴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3안타 경기를 펼친 다음 무안타로 침묵하기도 했다. 5월까지 구자욱의 시즌 타율은 0.249에 불과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47명의 선수 중 33위에 해당하는 성적.


타격감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구자욱은 '야구가 어렵다'며 자신의 심경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곤 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이진영 타격 코치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쉴 새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앞서 박진만 감독은 "작년 포스트시즌 때 다치고 나서 훈련량을 겨울에 채우지 못했다. 커리어가 있는 선수도 캠프를 완전하게 소화하느냐, 겨울에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구)자욱이도 그런 영향이 좀 있지 않나"라고 진단했다.
6월부터 우리가 알던 구자욱으로 돌아왔다. 꾸준히 안타를 하나씩 생산하더니 11일 KIA 타이거즈전 4안타를 몰아치며 궤도에 올랐다.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 이날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6월 타율 0.329(85타수 28안타)를 기록, 올해 처음으로 월간 3할 타율을 넘겼다.


7월이 백미였다. 구자욱은 71타수 33안타 타율 0.465 OPS 1.166을 기록했다. 안현민(KT 위즈·0.441)을 제치고 월간 타율 1위에 올랐다. OPS는 안현민(1.257)에 이은 2위. 이때 안현민은 KBO리그 7월 MVP로 뽑혔다. 구자욱은 안현민에 버금가는 타격 성적을 올린 것. 시즌 타율도 0.310까지 끌어올렸다.
구자욱의 질주는 8월을 거쳐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자욱은 8월을 타율 0.343(102타수 35안타)으로 마쳤다. 9월 첫 경기인 3일 키움 히어로즈전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5일 키움전은 5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올해 6번째 4안타 경기다. 또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 최다 타점 타이다. 이날 4안타를 추가하며 3시즌 연속 150안타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역대 24번째 기록.

6월 이후 구자욱은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기간 동안 267타수 100안타 8홈런 49타점 타율 0375 OPS 1.024를 기록했다. 최다 안타·2루타(25개)·타율·OPS 1위, 득점 4위, 타점 공동 8위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달린 것. 5월까지 2할대에 머무른 타자였다고 상상하기 힘들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가 보인다. 구자욱은 2023년과 2024년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이 됐다. KBO 공식 기록 애플리케이션 'KBO STAT'에 따르면 구자욱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4.50이다. 안현민(6.04)과 김성윤(4.65)에 이어 외야수 3위다. '스탯티즈' 기준 WAR은 3.78이다. 안현민(5.68), 김성윤(4.27), 박해민(LG 트윈스·4.00)에 이은 4위. 클래식 스탯으로 따져도 경쟁력이 있다. 외야수 득점·2루타 1위, 최다 안타·홈런·타점·장타율·OPS 2위, 출루율 3위, 타율 5위다. 현재 상승세를 생각하면 성적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 구자욱이 다시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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