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올 상반기 극장가는 부진했다. 단 한 편의 천만영화도 없었고, 관객 수 역시 급감했다.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엄살이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하반기는 다르다. 주요 국제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또 다른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27일 개막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작품은 해고된 직장인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아내(손예진)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를 뼈대로 만들어졌다.
한국영화가 베니스 경쟁 부문에 오른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또한 박 감독에게는 '쓰리, 몬스터'(2004,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섹션), '친절한 금자씨'(2005년, 메인 경쟁 부문)에 이어 세 번째 초청작이다. 박 감독과 '어쩔수가없다'의 주역들은 참석을 확정, 29일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영화를 처음 선보이며, 상영 전에는 레드카펫에 올라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오는 9월 4일 개막하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네 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베니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북미 최대 규모 영화제다. 먼저 플랫폼 부문에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올랐다. 한국영화 초청작 중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오른 '세계의 주인'은 오는 10월 개방을 앞두고, 9월 7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총 3회에 걸쳐 현지 관객들과 만난다.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는 세 작품이 출격한다. 해당 섹션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대작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품들을 조명한다. 특히 그간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과 '아가씨', 김지운 감독 '밀정' 등 주요 한국영화가 꾸준히 소개해온 만큼 의미가 크다. 올해에는 연상호 감독 '얼굴', 이환 감독 '프로젝트 Y',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가 함께한다.

먼저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아버지와 살아온 아들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연 감독은 '얼굴'을 통해 '사이비', '지옥'에 이어 세 번째로 토론토를 방문하게 된다. 월드 프리미어를 위해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 주역들도 직접 참석해 분위기를 달군다.
'프로젝트 Y'는 가진 것이라고는 서로뿐이었던 미선과 도경이 밑바닥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숨겨진 검은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은 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주연배우 한소희, 전종서와 함께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처음 참석하게 됐다. '프로젝트 Y'와 얼굴' 모두 제작사 와우포인트(WOWPOINT)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1970년대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굿뉴스'도 토론토에서 첫 공개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변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 사상 세 번째 국제영화제 초청작이 된다. 앞선 세 작품과 달리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인 점도 이목을 모은다.
이 같은 한국영화의 연이은 국제영화제 초청 소식은 지난 5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한국 장편영화는 경쟁·비경쟁 부문을 포함해 단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과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만이 각각 부문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칸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려왔다. 최근 경쟁 진출작은 2022년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한국 제작사가 참여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브로커'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류승완의 '베테랑2'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상영됐다. 출품작 모두 고배를 마신 올해의 결과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베니스와 토론토의 초청은 한국영화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건 이 성과가 단순한 초청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과 극장가 그리고 관객들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국제영화제 초청이라는 희소식 속에 올 하반기 한국영화가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여전한 저력을 과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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