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에서 신규 채용과 퇴직이 동시에 줄며 인력 순환이 둔화되는 '고용 정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 속에서 신규 채용이 급감한 반면 기존 인력은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 중 152개사의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는 15만4266명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9.9% 줄었다.
같은 기간 퇴직자는 6만9354명으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2년 전과 비교해도 8.7% 감소했다. 리더스인덱스는 퇴직자도 줄었지만 채용 감소폭이 이를 웃돌면서 인력 교체 흐름이 더뎌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채용을 늘린 기업은 53곳에 불과했다. 채용을 줄인 기업은 95곳에 달했다.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주요 삼성 계열사는 고용 현황을 공시하지 않아 조사에서 제외됐다.
신규 채용과 퇴직 간 격차도 줄어들었다. 지난 2022년에는 신규 채용 인원이 퇴직자의 2.9배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2.2~2.4배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퇴직자도 감소했지만 채용 축소 폭이 더 커 인력 교체 흐름이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IT·전기전자와 이차전지, 서비스, 석유화학 등 업황 부진 업종에서 채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는 지난해 신규 채용이 3만7657명으로 2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고, 퇴직자도 같은 기간 40.7% 감소했다.
서비스 업종 역시 채용 축소와 퇴직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신규 채용은 지난 2022년 1만428명에서 지난해 6104명으로 2년 새 41.5% 줄었다. 같은 기간 퇴직자는 2198명에서 3926명으로 늘어 78.6% 급증했다. 업황 부진이 인력 구조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진 셈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LG전자는 지난 2022년 대비 신규 채용을 30.4% 줄였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역시 각각 48.2%, 65.5% 감소했다. 삼성SDS도 2년 새 57.4% 줄었고, 카카오는 63.9%, NHN은 75%나 채용을 축소했다. 특히 NHN은 지난해 퇴직자가 신규 채용 인원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이차전지 업종은 고용 축소가 뚜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신규 채용은 지난 2022년 1만2329명에서 지난해 2411명으로 80.4% 줄었다. 반면 퇴직자는 같은 기간 2594명에서 5995명으로 늘어 전체 인력 규모가 줄어드는 긴축 기조가 나타났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신규 채용은 2년 전 대비 48.4% 줄었지만 퇴직자 규모는 큰 변동이 없었다. LG화학은 같은 기간 채용이 87.6% 감소했고, 한화솔루션과 코오롱인더스트리도 각각 67.4%, 44.1% 줄었다.
반대로 자동차·부품과 조선·기계·설비 업종은 채용을 늘리며 예외적 흐름을 보였다. 자동차·부품은 2년 전보다 7.1% 증가했고, 퇴직자는 2만명 안팎을 유지했다. 조선·기계·설비는 신규 채용이 7306명으로 56.6% 늘며 인력 수요가 확대됐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으로 신규 채용이 크게 줄고, 기존 인력은 이직이나 퇴사 대신 자리를 지키면서 '덜 뽑고 덜 나가는' 고용 경직성이 심화했다"며 "특히 업황이 어려운 분야에서 채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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