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최근 특별검사 수사에서는 말을 바꿔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 비상 상황의 핵심 증언이 뒤집힌 것이다. 한 전 총리의 말 바꾸기는 단순한 ‘기억 착오’로 치부하기 어려운, 공직자의 책임성과 진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 ‘몰랐다’에서 ‘받았다’로 진술 번복
“(12.3) 비상계엄 선포문이 제 양복 뒷주머니에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에도, 심지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도 “(계엄 선포문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국민이 본인을 주목하는 실시간 생방송에서조차 한 전 총리는 말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증거’ 앞에 더이상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 19일 2번째 조사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날의 기록이 담긴 대통령 집무실 CCTV가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검이 확보한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으로 보이는 문건을 살피거나, 다른 국무위원들 자리에 놓여있는 계엄 문건을 모두 챙겨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전 총리가 구속이 임박하자 진술을 번복하고 결국 자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행위를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 계엄 선포 절차 전후 의사결정 및 행위에 모두 관여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불법 계엄에 따른 내란 행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여기에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했다는 혐의의 공범으로도 지목된 상태다.
위증한 혐의도 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시종일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한 바 있다. 국회증언감정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이나 조사 과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내란 공범 감추려 대선 출마까지” 맹비판
한 전 총리의 이번 ‘말바꾸기’는 단순히 개인의 신뢰성 문제가 아니다.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기록과 증언’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구나 한 전 총리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던 자라는 점에서 충격과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총리’ 한덕수, 구속이 가까워지자 거짓말을 인정했다”며 “대국민 사기극의 끝은 구속”이라고 말했다.
백승아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8개월 동안 모르쇠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극이 마침내 드러났다”면서 “지금까지 계엄 당일 선포문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더니, CCTV 영상이 드러나자 내란 수괴 윤석열이 선포문을 줬다고 실토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내란 공범임을 감추러 대선에 출마한 것임이 분명해졌다”면서 “‘내란 총리’직 수행에 이어 내란세력과 손을 잡고 대선 후보로까지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 교체’ 쿠데타까지 가담하며 국민을 속이고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의 부역자 한덕수는 국민께 사죄하고 당시 계엄의 전모와 실행, 국무회의 실체까지 불법 계엄과 내란을 방조하고 가담한 범죄사실 모두를 자백해야 한다”면서 “공직자의 모범 사례가 되어야 할 사람이,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한 최악의 사례가 된 현실을 국민과 역사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늘(22일) 한 전 총리를 재소환한 특검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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