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과거 스포츠에서 많이 썼던 말이었다. 심판들도 사람이고 실수를 할 수 있기에 오심이 종종 나왔다. 하지만 이 오심들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편파 판정이 나오기도 했고, 치명적인 실수로 희대의 오심이 발생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우리나라도 여러 종목에서 오심의 희생양이 됐고, 반대로 오심으로 이득을 본 적도 있다.
오심이라는 말 자체가 스포츠가 추구하는 '공정성'에 걸맞지 않다. 열심히 노력해 땀을 흘리고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이 오심으로 피해를 보는 건 스포츠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 같은 보조 장치가 생기면서 오심이 현저하게 줄었다. 도입 초반에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에 사람이 아닌 기술과 AI(인공지능)가 영향을 미치는 게 달갑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스포츠 전반적으로 정확한 판정이 기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들도 오심에 대한 의문을 지우고 있다. 불필요한 항의로 인해 경기 시간이 길어지며 팬들에게 안겼던 피로감도 줄었다.
16일 펼쳐진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 한일전에서 오심이 나왔다. 그것도 여러 차례 나왔다. 세트 점수 2-2로 맞선 5세트에 네 차례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내려졌다. 특히, 11-10으로 한국이 앞선 상황에서 김다인의 서브가 코트 밖으로 확실히 나갔지만 '인' 판정이 됐다. 느린 화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분명히 공은 코트 밖으로 나갔지만,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지 않는 대회라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은 15-12로 5세트를 가져오며 승리 찬가를 불렀다.
경기 후 시쳇말로 난리가 났다. 한국의 승리에 기뻐하는 반응보다 "부끄럽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팬들도 확실하게 오심을 캐치했고, 오심을 등에 업고 얻은 승리에 부끄러운 반응을 보인 셈이다. 결국 19일 이례적으로 국제대회 경기에 대한 오심을 두고 스포츠윤리센터 신고가 들어갔고,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사에 착수했다.

사태가 심각해졌지만, 정작 대회를 주최한 대한배구협회는 제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황당한 변명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랭킹포인트도 없는 단순한 '친선 경기'였을 뿐이다"고 말하며 오심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자세를 취했다. 또한 "다음 대회에는 해외 심판을 초청하고 비디오 판독도 시행할 계획이다"고 말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태도를 보였다. 해외 팀들을 초청했지만 국내 심판진으로만 경기들을 진행해 오심 논란까지 이어진 부분을 인정해 대회 격을 떨어뜨린 꼴이 되고 말았다.
스포츠에서 이제 더이상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만약 그 말이 통하는 곳이라면, 세계적인 스포츠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옳다. 한국 배구가 세계 수준에서 뒤처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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