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폭염보다 뜨거운 청년 구직 열기…3만 몰린 금융권 채용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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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취업난이 이렇게 심한데도 포기할 수 없죠. 면접 보는 것 자체가 기회니까요."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은 폭염에도 현장은 정장 차림의 청년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계단과 부스마다 몰린 구직자들은 땀에 젖은 셔츠를 여미며 면접 예상 질문을 되뇌었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표정은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박람회는 은행·보험·증권·여신금융·핀테크 등 총 80개 금융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은행 14곳, 보험사 19곳, 증권사 6곳, 카드사 9곳, 금융공기업 18곳 등이 한자리에 모였고, 금융위·금감원이 후원했다. 주최 측은 이틀간 3만여명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구직자들의 관심을 가장 끈 건 현장면접이었다.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이 12개 은행 부스에 앉아 짧게는 10분 남짓, 그러나 실전에 버금가는 면접을 치렀다. 우수자로 선발되면 향후 해당 은행 채용에서 서류전형 1회가 면제된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권을 준비 중인 이모씨(여·27)는 "생각보다 질문이 까다로웠지만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제 진로 방향이 맞아 금융권을 선택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면접관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명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모씨(남·29)는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류 면제 혜택은 정말 큰 기회"라며 "이런 자리가 없었다면 면접 경험조차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공기업 18곳은 모의면접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전 경험을 제공했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참여해 피드백을 전하자 현장은 실제 채용장 못지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박모씨(여·25)는 "짧아서 아쉽긴 했지만, 실제 면접처럼 지적받고 교정할 수 있어 유익했다"며 "다음에는 더 구체적인 피드백이 제공되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행사장은 상담과 컨설팅 프로그램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컨설팅 △1:1 고졸 취업 컨설팅 △해외취업 컨설팅 △취업 노하우 토크 콘서트 △금융산업 동향 특강 △청년 머니플랜(경제 가치관 형성 전문가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석한 구직자들은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이는 들은 조언을 곧장 면접 답변에 녹여내려는 듯 눈빛이 반짝였다.

올해 처음 도입된 화상 모의면접과 온라인 상담은 현장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현장에 오지 못해도 같은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또 탈의실과 휴게공간도 새로 마련돼, 구직자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몸을 추스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구직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는 대학생과 취준생에만 그치지 않았다. 고교생부터 군인까지 폭넓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이양(여·18)은 "금융공기업 상담에서 자격증과 공부 방법을 배워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목표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휴가를 내고 찾아온 서모씨(남·20)는 "군 생활 동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금융권 채용담당자와 직접 얘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의 열기만큼 불편함도 제기됐다. 한 구직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부스 간 이동이 쉽지 않았다"며 "다음에는 코엑스 같은 대형 전시장에서 열린다면 훨씬 쾌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IT·보안 직무 지원자는 "직무 안내가 은행 단위로 묶여 있어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며 "향후에는 직무별 부스를 세분화하면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폭염 속에서도 청년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땀으로 젖은 셔츠와 긴 줄은 불편을 넘어 금융권 취업을 향한 의지 그 자체였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채용 행사가 아니라, 청년들에게 다시 도전할 용기를 심어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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