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신승호가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감독 백승환)으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입증한다. 복수와 신앙심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인물로 분해 강렬한 열연을 펼치며 주연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 도운(신승호 분)이 실종된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고해성사를 듣고, 복수와 신앙심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큰 엄마의 미친봉고’ ‘더블패티’ 등을 연출한 백승환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신승호는 ‘더블패티’에 이어 다시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신승호는 젊은 신부 정도운을 연기했다. 도운은 갓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로 어느 날 13년 전 실종된 어머니에 관련된 고해성사를 듣고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인물이다. 신승호는 진실을 추적해 가며 신앙인과 자연인 사이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을 묵직한 존재감과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로 강렬하게 그려내며 극을 묵직하게 이끈다.
이러한 열연으로 신승호는 △2025 교토인디펜던트필름 페스티벌 남우주연상 △2025 몬트리올인디펜던트필름페스티벌 남우주연상 △2024 시네마토그래피앤포토그래피어워즈 남우주연상 △2024 할리우드 국제 다양성 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행렬을 이어가며 진가를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신승호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힘이 느껴진 시나리오였다. 경험해 보지 않았던 장르에서 오는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종교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의미와 상징을 하나로 단정짓기엔 어렵지만 그런 부분들이 꽤 많았고 그것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지점에서 힘이 있다고 느꼈다.”
-완성된 영화는 생략이 많아 이해하기 힘든 지점도 있었다. 시나리오는 어땠나.
“영화를 보고도 글로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들이 들기는 했다. 교리로 접근하면 이해가 더 수월할 만한 상황들에 있어서 일반 관객이 이해가 될까 하는 생각했고 쉽게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와 공감까진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게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야 할 몫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외의 것은 내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어렵기도 했다. 주어진 상황과 대본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영화는 ‘이렇게 시작해서 이런 영화고 이렇게 끝이 납니다’하는 영화는 아니다. 물음표를 던지고 어느 정도 해석의 자유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매력이 있다.”
-백승환 감독과 ‘더블패티’(2021)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했다. 이번 현장은 어땠나.
“까마득한 후배, 동생으로서 느끼기에 성품이 워낙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과 다시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더블패티’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녹아있는 작품이라면 이번 영화는 쉽게 표현하면 딱딱할 수 있고 무거울 수 있잖나. 감독님도 나도 워낙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카메라 밖에서는 항상 즐거웠는데 그런 분위기가 영화에 녹여지 안 되니까 감독님과 열심히 자제했던 기억이 있다.”
-백승환 감독이 ‘신승호를 캐스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극찬했다. 캐스팅 제의를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감독님과 가깝다 보니 연기자로서의 모습 말고 인간으로서 모습까지 넓은 범위의 관점에서 보고 이야기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감독님이 항상 좋게 봐주고 치켜세워주신다. 감사한 마음이다. 대본이 찢어질 듯이 노려보고 집중해서 연구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그렇게 했지만 처음 제안할 때는 ‘벌써 보인다. 사제복 입은 너의 피지컬이 보인다’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교복과 군복, 파일럿 복장에 이어 사제복까지 입었다. 어땠나.
“복장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은 것 같다. 매번 다른 인물이 되는 게 연기자의 너무 당연한 일상이잖나. 조금 더 쉽고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보이는, 나도 더 몰입하기 수월한 수단 중 하나가 복장인 거다.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수월하고 표현되는데도 더 극대화되는 방법,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사제복도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단추가 33개 정도여서 입고 벗고 할 때 불편했다.(웃음)”

-캐릭터 표현에 있어 감독이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연출자로서의 성향이 배우에게 믿고 맡겨주시는 것 같다. 내가 하는 대로 지켜봐 주고 그대로 가게 해준다. 물론 매 신 감독님이 명확하게 계산하지만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게 둬주신다. 보이는 걸 신경을 먼저 썼다. 너무 강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물러 보이고 싶다는 의미보다 그냥 신부처럼, 사제처럼 보였으면 했다. 연기자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강한 이미지가 도운에게 먼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신경을 썼다. 감정적인 연기도 많았는데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어떤 힌트나 정답을 찾지 않길 바랐다. 판단이 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스스로는 정답을 가지고 연기했나.
“나도 너무 어려웠던 부분이다. 결론은 나도 정의 내리지 않고 시작하고 정의 내리지 않은 채 촬영을 마쳤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더라. 결말에서도 어느 하나로 치우치지 않은 채로 끝나고 싶었다. 처음에는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시작했지만 점점 안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해 보이는 이미지를 덜어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 노력을 했나.
“인상이 강하지 성향이 강하진 않거든. 생긴 게 그래서 그렇지.(웃음) 마침 머리가 길어있을 때라서 그 기장을 유지했고 평균적으로 내가 가진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그려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하는 방식도 신경을 썼고 표정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편하게 이런 표정도 쓸 수 있고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강렬한 이미지, 캐릭터 고착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나.
“예전에는 했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해줬고 지금은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나하나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너무 많고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

-신부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흑석동 성당에서 촬영을 자주 했는데 거기에 계신 분들에게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관찰을 많이 했다. 신부라는 단어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게 아주 성실하고 홀리하고 천사 같은 이미지인데 그렇게만 접근하면 캐릭터가 충분히 더 깊어질 수 있는데 너무 단면적으로밖에 해석을 못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분들도 캐릭터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부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말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들을 오며 가며 관찰했다. 집중해서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볍게 자연스러운 모습들, 흘러가는 시간을 눈에 담으려고 했다.”
-스크린 데뷔작 ‘더블페티’ 인터뷰 때 ‘닥치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는 바람과 각오를 전했는데 이후 다채롭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돌아보면 어떤가.
“만족은 안 되지만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 싶다. 앞으로도 이런 거 저런 거 닥치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 여전히 같은 마음이고 앞으로도 같을 것 같다. 돌아봤을 때 드는 생각은 ‘이렇게 점점 익어가면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앞서 걸어간 선배들을 보고 느끼고 배우는데 ‘선배들도 나 같은 이 시기를 지나셨겠지, 그때 선배들도 이러한 생각을 하셨을까, 어떤 생각들을 하셨을까’ 궁금증도 든다. 지금까지 돌아보면 훌륭하지는 않지만 잘하고 있구나, 잘 견뎌왔구나,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었구나 싶다. 정방향으로 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앞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 정도인 것 같다.”
-끝으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해졌으면 하나. 배우로서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바람은 항상 똑같다. ‘이 배우는 이것도 하네, 이렇게도 할 수 있네, 이런 것도 잘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영화가 마냥 쉽게 앉아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안에 분명한 특색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원하게 극장을 찾아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즐겨보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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