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미 기자] 2020 도쿄올림픽 4강 감동을 선사했던 표승주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 역시 도쿄올림픽이었다.
표승주는 지난 17일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 한국-체코전에서 국가대표 표승주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마이크를 잡은 표승주는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표승주는 “헹가래를 받는 순간 이제 진짜 마지막이구나 싶었다. 선수들도 힘든데 무거운 나를 들어주느라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고 말하며 웃은 뒤, “사실 이 정도의 은퇴식을 해야 하는 선수인가 생각했다. 협회 분들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 그래도 내가 배구를 열심히 했구나 생각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은퇴식을 앞둔 선수들은 대부분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코트에 나선다. 표승주도 그랬다. 그는 “은퇴식에 와서 절대 울지 말아야지 하면서 왔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울컥하더라. 내가 코트에서 뛸 수 있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깐 울컥했다. 그래도 마무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행복한 선수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살림꾼 역할을 해온 표승주는 2013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꾸준히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기적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후 표승주는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 표승주는 “도쿄올림픽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해에 어려운 순간이 정말 많았다. 선수들과 다같이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노력을 했다. 다들 배구 하나만 생각하고 그 시간들을 보냈다. 심지어 그 때 코로나로 인해 숙소와 운동만 오가며 훈련을 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주장이었던 연경 언니를 필두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던 것 같다. 그 멤버들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를 하면서 한국 여자배구도 위기를 맞았다. 세계랭킹은 39위로 떨어졌다. 표승주는 “후배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아무래도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이 가장 힘들 것이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지금 더 좋아진 것 같다. 좀 더 믿어주고 ,응원을 보낸다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면서 “아까 선수들을 보고도 뭉클했다. 힘든 시간을 거쳐서 점점 좋아질테니 믿고 더 힘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후배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표승주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성실하고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이후 표승주는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으로 선출됐고, 2025-2026시즌에는 KBS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표승주는 “배구 선수로서는 멀어지지만 배구와 가까운 데서 활동을 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배구 선수로서 빛날 수 있게끔 늘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 준 가족과 팬들에게도 진심을 전했다. 표승주는 “가족들은 내가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가 될 때까지 많은 응원도 해주셨고, 희생도 해주셨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과 시댁 식구들도 엄청 지원을 해주셨다. 항상 감사드린다. 이제 받은 만큼 돌려드려야 한다. 가족과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남은 인생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면서 “팬 분들은 내가 잘 할 때도, 못할 때도 늘 경기장에 오셨다. 같은 마음으로 응원을 해주셔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도 더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표승주가 밝게 웃으며 인생 제2막을 열었다.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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