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홀딩스 3대주주 오른 KCC… 관심 집중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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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가 페인트업계 경쟁사 노루페인트의 지주회사인 노루홀딩스 3대주주로 등극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노루페인트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KCC가 페인트업계 경쟁사 노루페인트의 지주회사 노루홀딩스 지분을 매입해 단숨에 3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업계 상황과 노루홀딩스 지배구조 등에 비춰봤을 때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 행보다. KCC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지, 노루홀딩스는 어떤 대응에 나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적대적 M&A는 사실상 불가… KCC, 주주 권한 앞세워 견제 나서나

최근 페인트업계 1위 KCC가 2위 노루페인트 지주회사인 노루홀딩스의 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KCC는 지난 12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보고서’ 공시를 통해 노루홀딩스 지분 7.17%를 보유 중이라고 알렸다. 공시 의무 발생에 따른 첫 공시였다.

공시에 따르면, KCC는 지난 6월 말부터 노루홀딩스 주식을 장내매수하기 시작해 지난 5일 보고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후에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7.17%까지 늘렸다. 그동안 매 영업일 매수를 이어온 만큼, 현재도 지분을 확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당히 이례적이고 급진적인 행보다. 그동안 폐인트업계에서는 경쟁사 지분을 대규모로 사들인 사례가 없었다. 지분 확보에 앞서 양사 상호간 교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자연스레 ‘적대적 M&A’ 시도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적대적 M&A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노루홀딩스는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45.55%의 지분을 확보 중이다. 과반을 넘지는 않지만, 지배력이 안정적인 편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노루홀딩스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해 22.48%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한영재 회장 측 지분이 과반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대적 M&A는 시도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KCC는 노루홀딩스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 KCC
KCC는 노루홀딩스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 KCC

통상 다른 기업의 지분 매입은 세 가지 목적에서 이뤄진다. 적대적 M&A를 시도하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에 나서기 위해, 그리고 단순한 투자 차원 등이다. KCC의 이번 노루홀딩스 지분 매입은 적대적 M&A 시도가 어려운 상황이고, 사전 교감이 없었던 만큼 전략적 협력 차원으로도 볼 수 없다. 남는 건 단순 투자다.

KCC 역시 투자 목적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여기서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보유목적이다. 지분 보유목적은 크게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그리고 경영참여로 나뉜다. 이 중 경영참여는 경영 전반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통상 적대적 M&A나 경영권 분쟁, 적극적인 주주행동 전개 시 보유목적에 해당한다.

지분 보유목적의 투자는 단순투자와 일반투자가 있다. 단순투자는 일체의 경영참여나 주주활동 목적이 없는 주식 보유를 의미하고, 가장 최근 신설된 일반투자는 경영권을 노리는 경영참여까진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주주활동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배당 제안, 정관 변경, 이사 선임·해임에 관한 의견 표명 등이 가능하다. 

KCC는 노루홀딩스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로 명시했다. 이는 지분만 보유한 채 가만히 있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주로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적대적 M&A는 아니더라도, 주주행동 전개를 통해 경쟁사를 적극 견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주가치 제고가 강조되고, 주주 권한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점은 KCC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런 변수를 마주하게 된 노루그룹 역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페인트업계 1·2위 간 묘한 지분 보유 상황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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