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절반이 '적자'…부채비율 상승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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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주요 부동산신탁사 중 절반 가량이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수주 급감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에 영업 적자를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준공 책임을 신탁사가 지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신탁)에 자체 자금인 신탁계정대여금이 늘면서 자산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19일 마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가 지난 2분기 들어 증가 폭이 확대했다.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6월말 기준) 합산 규모는 8조4528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약 6000억원 증가했다. 전 분기 확대 폭(약 2000억원)과 비교해 3배 늘었다.

*14개 부동산신탁사 : 한국토지‧한국자산‧코람코자산‧대한토지‧KB부동산‧하나자산‧교보자산‧신한자산‧우리자산‧무궁화‧코리아‧대신자산‧신영부동산‧한국투자부동산신탁

이는 신탁사의 재정적 부담 증가로 풀이된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입한 자체 자금이다. 책준형 신탁에서 신탁사는 시공사 부실 등 업황 침체에 자기 자금을 대면서 사업을 이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탁계정대 규모는 우상향 추세다. 신탁계정대는 2023년 12월 말 4조8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7017억원으로 1년 새 3조원 가량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신탁사의 신탁계정대는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교보자산신탁의 6월 말 기준 신탁계정대는 920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자기자본(4425억원)의 2배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 계열사도 자기자본을 훨씬 뛰어넘는 신탁계정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KB부동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은 모두 자기자본의 3배 수준이다.

신탁계정대 확대에 부채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14개 신탁사의 부채비율은 84.3%로 전분기말 대비 3.0%포인트(p) 상승했다. 개별 회사로 보면 무궁화신탁의 부채비율이 300%를 상회,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대한토지신탁의 부채비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신탁계정대 증가는 충당금 확대,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신탁사는 사업비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최근까지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 총 적립액은 2조2006억원으로 작년 말(1조7950억원)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적립액은 2025년 1분기에는 2024년 4분기(3527억원) 대비 크게 감소한 1511억원을 기록한 바 있으나, 2분기 3406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며 “KB부동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의 충당금적립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무궁화신탁은 자회사 지분 손상차손 등 영업외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신탁사 2분기 실적 /한국기업평가

업계는 회사별로 사업 수주 능력과 자본력, 모회사의 영업지원 등 실적차별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책준형 신탁 익스포저가 큰 회사의 경우 단기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책임준공확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 배상 소송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최근 일부 회사의 1심 패소가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탁 및 대지급 등을 위한 자금지출과 충당금 적립이 확대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14개 부동산신탁사는 2분기 136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 확대로 인한 영업외비용 부담으로 △우리(-762억원) △무궁화(-447억원) △KB(-305억원) △교보(-246억원) △코리아(-36억원) △신영부동산신탁(-8억원)의 순손실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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