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한준수에겐 최악의 금요일 밤이다. 야구가 잔인하게 느껴질 듯하다.
KIA 타이거즈 백업포수 한준수(27)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결정적인 그랜드슬램을 뽑아내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최근 타격감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었고, 올 시즌 자주 호흡을 맞추는 아담 올러의 호투를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의미 있는 경기였다.

그런 한준수는 불과 이틀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선발출전은 베테랑 김태군이었다. 한준수에게도 기회가 왔다. 5-4로 앞선 8회초였다. 김태군 대신 대타로 타석에 등장, 두산 박신지를 상대했다. 결과는 중견수 뜬공.
그리고 한준수에게 더 중요한 임무는 역시 수비였다. 1점 리드였고, 2이닝을 잘 막으면 팀의 4연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8회 마운드에 올라온 조상우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그리고 9회말에 마무리 정해영이 올라왔다. 아웃카운트 3개만 올리면 4연승과 함께 4위 도약이었다. 이날 5위 KIA에 0.5경기 앞선 4위 SSG 랜더스가 1위 LG 트윈스에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1사 후 대타 김인태가 우전안타를 쳤다. 그래도 정수빈의 2루 땅볼 때 대주자 여동건이 2루에서 아웃됐다. 이제 2OUT.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되는 상황. 오명진 타석에서 정수빈이 2루를 훔쳤다. 한준수는 굳이 무리하게 2루 송구를 하지 않았다. 오명진과의 승부에 집중하는 게 현명했다.
그런데 이후 KIA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볼카운트 1B2S서 정해영의 4구가 원 바운드 됐고, 한준수가 블로킹 실수를 범했다. 그런데 공이 한준수에게서 멀리 튀어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2루 주자 정수빈이 과감하게 3루로 뛰기 시작했다. 한준수가 굳이 무리하게 자신의 제어를 하지 않은 것을 역이용했다.
여기서 일이 터졌다. 한준수는 약간 멈칫하더니 3루수 박민에게 과감하게 송구했다. 1루에서 2루 도루할 때는 굳이 무리하게 송구하지 않더니, 이번엔 180도 다른 선택이었다. 이 송구를 박민이 잡지 못했고, 공은 박민 바로 앞에서 바운드를 일으킨 뒤 외야로 빠져나갔다. 정수빈이 극적인 동점 득점을 올렸다.
결과론이지만, 한준수가 정수빈의 3루 점유를 그냥 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오명진을 2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는 점에서 KIA로선 더더욱 아쉬운 선택, 치명적인 결과였다. 결국 KIA는 연장 11회말에 안재석에게 끝내기 솔로포를 맞고 3연승을 마감했다. 송구 하나, 포구 하나가 승패를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KIA가 이날 4연승을 하면 4위 도약과 함께 완전히 상승세를 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상승세를 차단하고 말았다. 물론 한준수도 잘 해보려고 한 선택이기에, 이날 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듯하다. 야구란 때로는 이렇게 잔인하다. 만약 한준수가 그 송구로 정수빈을 저격했다면 경기종료와 함께 이날의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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