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KIA 타이거즈가 원한 게 바로 이것이다.
패트릭 위즈덤(34)은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직전까지 24홈런으로 리그 홈런 2위를 달린다. 홈런 2위를 달리는 타자를 두고 업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대체 외국인타자를 영입할 수 있다는 전망부터, 영양가 논쟁까지.

위즈덤이 달갑지 않은 얘기들을 들어야 했던 이유는 유독 득점권에서 약했기 때문이다. 24홈런인데 타점이 59개에 불과했다. 홈런 1위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는 37홈런을 치면서 109개의 타점을 올렸다. 디아즈는 득점권에서 무려 타율 0.336을 자랑한다.
반면 위즈덤은 13일까지 득점권타율이 정확히 2할이었다. 시즌 타율이 0.246인 건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볼삼비가 좋은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득점권에서 2할에 그치면서, 은근히 KIA 타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나날이 많았다.
KIA는 김도영이 올 시즌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시즌 아웃이다. 나성범과 김선빈도 최근에서야 서서히 살아난다. 그만큼 위즈덤이 중심타선에서 힘을 단단히 내줘야 했다. 그러나 홈런만 많이 치고 정작 영양가는 떨어진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급기야 위즈덤은 후반기 들어 전반기에 괜찮던 출루율마저 뚝 떨어졌다. 조급해지면서 치기 어려운 코스에도 방망이가 막 나왔다. 후반기 타율은 전날까지 18경기서 0.174였다. 4홈런 8타점으로 위안을 삼기가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14일 대구 삼성전 결승 그랜드슬램은 의미 있다. 2-2 동점이던 6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원태인의 초구 146km 포심을 밀어서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원태인은 구위가 좋은 투수인데, 심지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지도 않은 바깥쪽 공을 특유의 파워를 앞세워 담장 밖으로 보내버렸다. 이처럼 제대로 걸리면 무시무시한 타자인 건 확실하다.
그게 동점상황, 만루 상황서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위즈덤은 여세를 몰아 8회에도 솔로포를 가동하며 시즌 26홈런 고지에 올랐다. 9회초에는 쐐기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개인 최다 6타점을 기록했다. KIA는 경기 후반 위즈덤의 홈런 두 방에 힘입어 삼성과의 3연전을 스윕하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위즈덤이 앞으로 이런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나성범, 김선빈, 최형우가 고루 살아나고 있지만, 김도영이 없는 타선에서 역시 위즈덤이 잘해야 한다. 일단 6번타순에서는 벗어나야 할 듯하다. 당연히 클린업트리오로 가야 할 타자다.

이범호 감독은 "연이틀 중요한 순간에서 만루홈런이 나오며 연승을 이어가게 됐다. 위즈덤의 장타가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고, 앞으로 남은 경기서 지금의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길 바란다. 김호령, 김태군, 김선빈의 홈런도 필요한 순간에 터져주며 리드를 쭉 지킬 수 있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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