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견고하던 모래성이 무너졌다. 13일 0시경 김건희 씨가 구속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굵직하게 남을 장면이다. 김건희 씨의 구속 사유는 증거인멸 염려다. 법조계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위 논란과 휴대전화 초기화 등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구속의 분수령이 됐다고 분석한다. 이제 김건희 씨 앞에는 하나의 선택지가 놓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공모 고리를 끊어낼지, 그 반대의 길을 갈지가 주목된다.
◇ 배신의 트리거, 국정농단 균열 만들까
민중기 특검팀은 수사 개시 42일 만에 김건희 씨를 구속했다. 앞서 피의자 윤석열의 체포영장 집행이 세 차례 모두 무산되며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김건희 씨의 신병 확보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민중기 특검팀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이제 과제는 김건희 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모해 벌인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이다.
김건희 씨는 특검팀 소환조사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민중기 특검팀의 첫 소환조사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 앞에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곧 권력을 행사할 실질적 지위가 없었다는 주장으로, 반대로 말하면 모든 권한과 책임이 윤 전 대통령에게 있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공범자가 두 명일 때, 서로 믿고 협력하는 대신 자기만 살기 위해 상대를 배신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김건희 씨는 구속 상태에서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응해야 한다. 그간 법망을 피해왔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구속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씨를 둘러싼 16개 혐의 가운데 주가조작을 제외하면 대부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등 권력형 범죄다. 따라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전면 부인하거나, 심지어 내부고발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모습을 볼 때 ‘법기술’에 의존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김건희 씨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는 ‘공동 방어’에 무게가 실린다. 구속 상태라는 견디기 힘든 상황일지라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정하기보다 공모 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즉 개별 혐의의 무게를 줄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검팀 수사의 핵심 고리를 흔들기보다 일관된 방어 논리로 시간을 벌며 수사 동력을 악화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건희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세부 혐의 중 입증이 어려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부분 승리’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주가조작, 권력형 청탁, 인사 개입 등 16개 의혹 가운데 일부는 물증이 제한적이며, 장기전에 들어가면 특검팀이 기소 전략을 재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피의자 윤석열은 김건희 특검팀의 소환조사에 불응했고 진술거부를 내세웠다. 하지만 김건희 씨는 특검팀이 공지한 14일 오전 10시 소환을 “출석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씨의 진술이 특검팀 수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김건희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전략에서 일부라도 번복한다면 특검팀에게는 피의자 윤석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치명적인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국정농단의 최종 결론은 김건희 씨가 취할 선택과 특검팀의 수사 전략이 맞물리면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흐름만으로도 헌정사상 전례 없는 정치·사법적 파장이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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