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IBK기업은행이 다른 은행에서 대환(갈아타기) 방식으로 넘어오는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감축 기조에 선봉장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반면 기업은행은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큰 혁신 기업에 대한 대출은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체율 등 건전성 악화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13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최근 5개 분기(2024년 2분기~2025년 2분기) 중기 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 기업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전 분기(0.79%) 대비 0.13%포인트(p) 상승한 0.92%,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0.93%로 14년 만에 최고치였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속적인 부실채권 상‧매각에도 상승세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2분기 1.30% △3분기 1.31% △4분기 1.34% △2025년 1분기 1.34% △2분기 1.37%로 꾸준히 상승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2분기 총 902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는데 이는 전년동기(6410억원)보다 2610억원가량 증가한 규모다. 그럼에도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은행은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24조937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8911억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상반기 잔액 증가 폭이 3조5460억원, 2024년 증가 폭이 3조895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이 낮은 벤처 및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2014년 도입된 제도다. 은행은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내준다.
이는 현 정부가 지향하는 은행의 첨단·벤처·혁신기업 발전을 위한 자금 공급처 역할 이행과 맞아 떨어진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권의 예대 마진에 의존한 수익 올리기를 ‘이자 놀이’라 비판하며 은행권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여신포트폴리오 개선 및 잠재부실 기업의 선제적 관리 강화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건전성 관리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으로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과거부터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기업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6.27 대출규제에 따라 은행권은 올 하반기 가계 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감축해야 하며, 이에 주택 담보 대출 뿐 아니라 전세 관련 대출까지 줄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올해 상반기 기준 82.9%, 가계 대출 13.8%)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정책 기조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 대출과 전세 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도 5일부터 9월 지급분 주택 및 전세 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 NH농협은행의 경우 9월 실행분까지 모집인 주택·전세 대출 한도가 마감됐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도 오는 10월까지 ‘갭 투자용 대출(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을 전국적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은행은 대환 방식의 대면·비대면 전세대출마저도 막았다.
금융권 전 고위 관계자는 “집 없는 사람들이 전세로 먼저 집을 구해 저축을 모아 집을 구매하는 구조가 이미 한국 사회에서 관습화돼 있는데 내 집 마련 사다리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며 “전셋집에서 내쫓긴 청년이 혁신이나 벤처 기업 경영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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