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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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산사를 찾을 수 없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성진 스님 책 <절 마당에 앉아>를 읽는 것이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산사의 아침은 고요함으로 시작됩니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오고, 마당 한편에 오래된 소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오가는 이들을 맞이합니다.” 어딘가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다.
이 책은 살면서 맞이하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성진 스님 조언을 담았다.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억울하고 답답해서, 불안하고 우울해서 고민인 사람들 이야기는 내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나는 화가 늘었다. 운전할 때는 더 심해진다. 상대 차량의 차선 침범으로 접촉 사고를 당한 뒤로는 옆에서 조금만 차선을 침범해도 움찔하며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린다. 내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차선 변경을 하거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보면 혼자 벌컥 화를 낸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날은 덥고 몸은 피곤했다. 그러다 도로 위 비매너 운전자 모습에 욱해 나도 모르게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차 안에서 내가 한 욕은 다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겠지만, 내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언짢아졌다. 차에서 내리고 나서도 온종일 사소한 일에 크게 짜증이 났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항아리에 비유하곤 합니다. 마음에 뜨거운 화가 가득 차오르면 이윽고 항아리가 넘쳐버려 결국 우리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이지요.”(본문 22쪽)
“화가 습관처럼 자주 일어나려 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불씨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첫째, 그 자리를 잠시 벗어나는 것입니다. 둘째, 명상을 통해서 ‘화’라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을 해봅니다. 셋째, 화가 날 때 그 에너지를 운동이나 창작 활동, 혹은 명상 같은 긍정적인 행동으로 돌려보는 것입니다.”(본문 23-24쪽)
성진스님 조언을 따라 온종일 짜증과 화를 내던 그날 밤 홍제천으로 나섰다. 더운 공기에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일단 나선 참이니 조금만 걸어보자며 움직였다. 30분이 채 못 되어 땀으로 옷이 다 젖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짜증이 늘기는커녕 한결 누그러졌다.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우리 삶을 결정합니다.”(본문 40쪽)
이 책 <절 마당에 앉아>는 이 외에도 여러 상황 속 성난 마음을 달래주는 불교 지혜가 가득하다. 본문 중간중간 나오는 불경 필사면과 자연을 테마로 한 일러스트는 마음을 한층 가라앉혀준다.
성진 스님은 “절 마당에 앉아 있으면, 세상의 소리가 잦아들고 마음의 소리가 선명해진다”며 “모든 것이 변하는 흐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더위와 열대야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짜증은 늘고, 고민은 많아진 이들에게 추천한다.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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