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시의 회색 빌딩을 허물고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상상, 우리는 그걸 진심으로 꿈꾼다."

조경 수목 유통 플랫폼 루트릭스의 창업자 안정록 대표는 루트릭스가 단순히 나무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루트릭스가 도심 속 자연의 감동을 전하고,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조경 기반 기후테크'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루트릭스의 창업은 우연처럼 시작됐다. 하버드 건축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꿈을 품고 있던 안정록 대표는 실리콘밸리 유니콘을 만들고 귀국한 친구의 조언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썼다. 그 문서를 제출한 대회가 바로 유니콘하우스 스타트업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안 대표는 "당시 IR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스크립트 한 줄 한 줄을 외워가며, 카메라 수십 대 앞에서 첫 IR 발표를 했다"며 "예선에서 합격했고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투자사 심사역들은 "조경 산업에서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안정록 대표의 루트릭스를 눈여겨봤다.
그 경험을 계기로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 등 초기 VC의 관심을 끌었고, 법인 설립 이전에 투자를 확정 지으며 루트릭스가 첫발을 뗐다. 이후 루트릭스는 탭엔젤파트너스가 운영하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의 보육기업으로도 선정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창업의 밑바탕에는 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파주 접경지역에서 'DMZ 생태 탐사대'를 만들고 멸종위기 조류의 월동을 3년간 조사한 경험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기후변화 포럼의 한국 대표로 유엔 회의에 참석한 그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그저 아름답기 때문에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감동은 생태 연구자가 아닌 '조경 설계자'로 진로를 틀게 만들었다. 연구보다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공간 설계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서 조경 연구회 회장 역임하고, 하버드에서 조경 디자인 석사를 밟으며 그 길을 확고히 했다.

안정록 대표는 국내 조경산업을 '디지털 사각지대'라고 표현했다. 나무의 정보, 가격, 유통 경로에 대한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 산림청은 산의 나무만, 환경부는 국립공원만, 국토교통부는 가로수만 관리해 통합된 정보 주체가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안 대표는 "산에서 소나무를 가져오려면 전문가가 직접 나무를 선별해야 한다.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서 10명도 안 된다"며 "수요자는 나무 정보를 몰라서 품질이 낮은 나무를 비싸게 사고, 생산자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제값을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루트릭스는 전국 780개 농장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수형·생육 상태·병해충 여부까지 정량화해 디지털화했다. 고가의 수목은 라이다 기반 3D 스캐닝으로 입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기존 수기 견적이 일반적이던 시장에서, 루트릭스는 10분 내 자동 견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조경을 도시 품격의 지표이자 기후위기 대응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아파트 조경 시공에만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 조경 시공사들도 올해부터 루트릭스를 통해 나무를 구매하고 있다.
안 대표는 "센트럴파크의 조경 유지비가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며 "그 대부분은 빌딩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다. 조경이 도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루트릭스의 비전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루트릭스가 글로벌 회사가 된다면 강남에 빌딩 하나를 사서 허물고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상징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연의 가치를 크게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조경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루트릭스는 조경 산업을 넘어 산림 경영, 사막화 방지, 글로벌 기후 대응까지 포부를 품고 있다. 묘목 유통과 재배 기술, 신품종 개발 등으로 정부와의 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안 대표는 "산림은 경제성 부족으로 혁신이 어렵다. 하지만 조경은 돈이 도는 산업"이라며 "여기에 기술을 입히고, 이익을 통해 다시 산림과 환경 분야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안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구체적이다.
그는 "2040년쯤 테헤란로의 도로가 지하화되고, 지상은 모두 숲과 정원이 되는 미래. 시민이 그 길을 따라 산책하며 한강까지 걸어가는 상상. 그 중심에 루트릭스가 심은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루트릭스를 '조경 산업의 개척자'로 정의한다. △기술 △도시 △사람 △자연을 연결하는 플랫폼. 그 중심에서 루트릭스는 오늘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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