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정말로 과감한 결단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는 7일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트리플A 소속 빈스 벨라스케즈를 연봉 33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벨라스케즈는 8일 입국,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뒤 등판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롯데는 2024시즌이 끝난 뒤 196⅓이닝을 먹어치우며, 12승 평균자책점 3.84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긴 애런 윌커슨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터커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데이비슨에게는 어떘을지 모르겠지만, 프런트 입장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결단이었다.
데이비슨이 KBO리그에 입성했을 때 윌커슨이 책임졌던 196⅓이닝에 버금가는 이닝을 던질 것이라는 것도, 윌커슨이 남긴 12승 평균자책점 3.84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없었던 까닭이다. '기대'는 있지만 '확신'은 할 수 없었던 선택. 하지만 롯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데이비슨은 이닝 소화 능력에서 분명 윌커슨보다는 떨어졌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올 시즌 KBO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들 수 있을 활약을 펼쳤으나, 6월부터 조금씩 부침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 특히 6~7월 데이비슨은 총 9경기에서 6이닝 이상의 투구를 기록한 적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는 롯데 입장에서는 큰 고민거리였다. 4~5선발도 아닌, 외국인 선발 투수가 5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다는 것은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불펜으로 향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두 차례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순 있지만, 데이비슨의 불안한 투구는 꽤 오랜 기간 이어졌다. 반면 데이비슨은 6일 고별전까지 포함해 22경기에 등판해 10승 평균자책점 3.65의 성적을 남겼다. 이는 윌커슨이 남긴 12승에 단 2승 밖에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는 2017시즌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드높이고 있었던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준혁 단장은 실행위원회 일정이 아닌, 개인 일정으로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했는데, 당시는 데이비슨이 크게 부진하던 시기. 박준혁 단장은 데이비슨의 교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직접 새로운 선수들을 찾아 나섰고, 한 선수와 접촉까지 했었다.


그런데 해당 선수와 연이 닿지 않게 되면서, 데이비슨과 동행이 길어지게 됐으나, 이후에도 롯데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였다. 롯데는 박준혁 단장이 부임한 뒤 미국와 일본에 상주하는 스카우트를 두기 시작했는데,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지나고, 각 팀들이 선수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빈스 벨라스케즈라는 매력적인 자원이 나오게 되자, 현지 스카우트를 적극 활용해 데이비슨을 교체하게 됐다.
이는 정말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그 이유는 데이비슨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10승을 기록 중인 선수를 시즌 중에 방출한 것은 KBO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례다. 부진한 시기가 있었지만,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매 등판이 불안함의 연속이긴 했으나, 막상 평균자책점 또한 3.65에 불과했다. 정말 어려운 선택을 한 셈이다.
그만큼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입는 벨라스케즈를 향한 기대감은 크다. 벨라스케즈의 경우 2023시즌 중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의 등판 기록이 전무했던 탓에 그동안 연이 닿지 않았었지만, 롯데가 꾸준히 지켜봐 왔던 투수. 올해 트리플A에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8경기에서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면서 '증명'을 해내자, 영입으로 이어졌다.
2023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단절됐지만, 벨라스케즈는 무려 9시즌이나 빅리그에 몸담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시작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수많은 팀을 거치며 191경기(144선발)에 등판해 38승 51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을 남겼다.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닌 만큼 KBO에서 성공을 통해 빅리그 복귀를 노리는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화려한 커리어를 보유한 벨라스케즈가 시즌 막판에 합류하게 된 롯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 하지만 분명한 점은 현장에서 올해 부상자가 속출하는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프런트도 밤낮으로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롯데는 결코 올 시즌을 가을야구에서 만족할 마음이 없다.
벨라스케즈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는 롯데 자이언츠 팬 분들 앞에 서는 것이 기대된다”며 “팀의 중요한 시기에 합류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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