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 처리로 꼬리 내린 구글?...정부, 고정밀 지도 반출에 막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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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앞두고,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블러(가림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매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앞두고,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블러(가림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매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기존 원본 위성사진 무편집 원칙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정부는 오는 8일 관계부처 협의체 회의를 열고 세 번째 반출 요청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안보, 통상, 플랫폼 주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마지막 셈법에 고심하고 있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전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 정부와 협의해 민감시설이 블러 처리된 위성사진을 국내 파트너로부터 구매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위성사진은 외부 민간 전문업체가 상업용으로 촬영·판매하는 데이터로, 구글은 “원본 단계에서 블러링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보안 조치”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부사장은 “한국에서도 지도 서비스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번 반출 요청의 대상이 군사급 고정밀 지도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1:5000 축척의 ‘국가기본도’로, 이미 국토지리정보원의 보안 심사를 통과한 공공 데이터라는 설명이다. 구글은 “해당 지도는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기업도 사용 중”이라며, “1:2만5000 지도만으로는 정밀한 길찾기 기능 구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앞두고,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블러(가림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매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이르면 8일 국토부·국방부·외교부·과기정통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반출 요청을 심의할 계획이다. 당초 5월 내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한미 통상 협상 및 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해 한 차례 연기됐다. 최종 발표는 11일 전후가 유력하지만,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군사시설 등 민감 정보가 포함된 지도의 해외 반출은 여전히 안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위성사진 자체보다도 해당 이미지의 좌표와 메타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제3국에서의 정보 분석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구글은 이에 대응해 블러링 외에도 국내 서버 활용, 좌표 삭제, 긴급 차단 시스템 구축 등의 보완책을 제안한 상태다.

산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구글이 고정밀 지도까지 확보할 경우, 자율주행·모빌리티·물류 등 위치 기반 산업 전반에서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편의 개선, 글로벌 지도 서비스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는 반출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글은 “한국을 찾는 연간 1000만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지도 기능 부재로 입국 직후부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통상 측면에서도 이번 결정은 정부에 부담이다. 미국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사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기술적 안정성, 산업 경쟁력, 외교·통상 파장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디지털 국익’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지 고심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데이터 이전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과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라며 “정부가 안보와 통상,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축 사이에서 장기적 시야로 판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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