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산 반도체가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최혜국 대우(MFN)'를 확보하며 관세 부담 완화라는 단기 호재를 안았다.
그러나 표면적인 성과 뒤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 내 생산 확대 압박, 경쟁국과의 조건 차이 그리고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라는 구조적 변수들이 겹쳐 있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기회와 위험이 교차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공식적으로 관세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알렸으며,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도 같은 날 심야 브리핑으로 확인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이 예고했던 상호관세 25%는 이달 1일부터 15%로 인하됐다.
이번 합의로 한국산 반도체는 일본·EU와 동일한 MFN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EU가 대부분 품목에서 무관세를 적용받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일부 품목에 최대 15% 관세가 유지된다. 특히 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품목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발표가 내주로 예정돼 있어, 고율 관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 관세를 다음 주쯤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에 대해서도 별도 카테고리로 발표할 예정인데, 이것들이 미국에서 생산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적은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1년~1년 반 후에는 150%, 이후 최대 250%까지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수입산 반도체·의약품의 국가 안보 영향 조사를 개시하며 품목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수개월간 조사를 거쳐 곧 실제 부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일본·EU 등과의 무역협상에서 해당 품목의 기본 관세율을 조정했으며, EU는 반도체와 의약품 모두 15% 관세에 합의했고, 한국 역시 타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협상을 마쳤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조선·반도체·2차전지·원전·바이오 등 핵심 산업 전반에 걸쳐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관세 회피와 시장 접근성 확보에 유리하지만, 미국 중심 공급망에 깊이 편입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기반 약화와 기술 자율성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고성능 메모리, 첨단 파운드리 분야의 기술 협력은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의존은 향후 정책 변화나 규제 강화 시 산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국과의 조건 차이도 분명하다. EU는 대부분 품목에서 무관세를 확보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일부 품목에서 관세가 유지된다. 또 미국 내 생산 여부에 따라 관세 우대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현지 공장 설립 여부가 향후 경쟁 구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번 MFN 확보를 단기 호재로만 해석하기보다 장기 전략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2조 조사 결과에 따라 초기 15% 관세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 전략 품목에 한해 150~250% 고율 관세가 단계적으로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과 함께, 미국 현지 생산과 국내 R&D 투자를 병행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합의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이행되지 않으면 관세를 다시 올릴 것"이라며 EU를 예로 들었다. EU는 15% 상호관세율을 적용받는 대신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불이행 시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 역시 기업과 공조해 협상력을 높이고,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기회이자 도전"이라며 "현지화와 자율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산업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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