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트레이드→트레이드→트레이드 아픔 딛고…우승팀 세터로 우뚝, 더 큰 꿈 품었다 "韓 레전드 되고 싶다"

마이데일리
현대캐피탈 황승빈./KOVO현대캐피탈 황승빈./KOVO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더 잘하고 싶습니다."

2024-2025시즌 챔피언은 현대캐피탈이다.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에 통합우승. 정규리그 MVP는 허수봉, 챔피언결정전 MVP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의 몫이었지만 이 선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세터 황승빈.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농익은 기량을 선보였고, 33경기 세트당 세트 10.554세트로 힘을 더했다. 주전으로서는 처음 경험했던 챔프전에서도 안정적인 조율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제는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위해 무더운 여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도 우승의 달콤함을 또 한 번 맞보고 싶기에 쉴 틈이 없다.

4일 오전 훈련이 끝난 후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가진 황승빈은 "본격적인 팀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고 있다. 블랑 감독님의 훈련 강도는 세다. 웨이트 훈련도 다양한 프로그램, 세트도 늘어났다. 강도가 다르다"라고 이야기했다.

현대캐피탈 황승빈./KOVO

우승 순간에 대해 묻자 "솔직히 우승 당일에만 기분이 좋았다. 경기장에 나오니 달라진 건 없더라.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은 좋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었다"라고 웃으며 "기자님도 아시지만 여러 팀을 거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현대캐피탈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V-리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고, 그 간절함으로 시즌을 치렀다. 우승 열망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그런 건 없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그의 말처럼, 황승빈은 늦게 핀 꽃이다. 인하대 졸업 후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황승빈. 대한항공 시절에는 한선수라는 벽을 넘지 못하며 백업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넘어와 데뷔 첫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팀 성적(6위)이 아쉬웠다. 이후 우리카드(2022-2023시즌), KB손해보험(2023-2024시즌)으로 트레이드되는 등 한 팀의 주전 세터로 자리 잡지 못하고 저니맨 신세가 되었다. 팀 성적까지 좋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에서는 아니었다. 레오, 허수봉, 최민호, 정태준, 신펑 덩(등록명 신펑) 등 기량이 출중한 공격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팀의 19년 만에 통합우승에 함께 했다. 좋은 공격수들이 많더라도 공을 올리는 세터의 토스가 흔들리면 공격수들도 공격을 할 수 없다. 황승빈이 안정적으로 공을 올렸기에, 현대캐피탈의 시원한 공격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적인 명장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도 "황승빈은 우리 팀의 1번 세터가 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췄다. 현대캐피탈에 합류한 이래로 어떤 코스로 공을 줬을 때, 공격 성공률이 좋은지 알만큼 성장했다"라며 "황승빈은 배구, 팀플레이에 열정적인 선수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라고 박수를 보낸 바 있다.

현대캐피탈 황승빈./KOVO황승빈과 블랑 감독./KOVO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린다.

다가오는 시즌 목표를 묻자 황승빈은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고, 베스트7에 도전하고 싶다. 아마추어 시절 단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었고, 대형 유망주였던 시절도 없다.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것도 아니고,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선수였다. 이 자리까지도 정말 아등바등 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늘 배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성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배구 레전드가 되고 싶다. 정말 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고,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큰 꿈보다는 그저 잘하려고만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고, 원대한 꿈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큰 야망을 품고 배구를 할 것이며, 은퇴할 때까지 그 꿈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주전 경쟁도 자신 있다. 현대캐피탈은 다가오는 시즌 초반 국가대표 장신 세터 김명관이 군 전역 후 합류한다. 기존 젊은 세터인 이준협, 배준솔도 있다.

현대캐피탈 황승빈./KOVO

그는 "주전 경쟁은 늘 자신 있다. 신체 능력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에게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코트 위에서는 야전사령관으로서, 코트 밖에서는 친근한 형으로 현대캐피탈 동생들과 한 시즌을 치르고자 한다. 최민호, 박주형을 제외하면 황승빈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없다.

그는 "어릴 때 대한항공에 있으면서 본받을 점이 많고, 존경할 수 있는 형들을 만나 많이 배웠다. 늘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지금 현대캐피탈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제는 내가 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현대캐피탈 황승빈./KOVO

황승빈의 배구는 이제 시작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트레이드→트레이드→트레이드→트레이드 아픔 딛고…우승팀 세터로 우뚝, 더 큰 꿈 품었다 "韓 레전드 되고 싶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