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부하지 말아라. 그냥 야구만 하자.”
키움 히어로즈는 3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을 마치고 송성문(29)과 비FA 6년 12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고척돔 구단 사무실이 아닌 인근 호텔을 빌려 진행했다. 송성문의 부모님과 아내, 구단 유튜브 제작팀 정도만 현장에 부르고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송성문도 선수들에게 일체 미리 언급하지 않았다.

송성문에 대한 구단의 남다른 배려와 진심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비밀에 부친 계약식을 4일 오전에 공개하면서 파급효과를 높였다. 송성문도 가족들도, 최근 좋은 일이 없었던 구단 사람들도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송성문의 120억원 계약은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6년 120억원 계약과 함께 비FA 다년계약 역사상 야수 최고액수 공동 1위다. 구자욱이 5년 120억원 계약이니 연평균 금액은 구자욱이 많다. 그러나 송성문은 전액 보장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송성문이 구단과 KBO리그 역사에 남을 대박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피 나는 노력 덕분이다. 지난 1~2년 사이 송성문은 몸 자체가 근육질로 바뀌었다. 더 잘 치고, 멀리 치고, 강하게 치고, 빨리 달리고, 강하게 던지기 위한 기본적인 작업이었다.
그리고 타격과 수비 모두 어마어마한 연습량을 뽐내며 리그 최고의 공수주 겸장 3루수가 됐다. 오프시즌에는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찾아 타격 레슨을 받았고, 수비력은 프로 데뷔 초창기에는 선수도 아니었다는 게 본인 회상이다.
그런데 송성문이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계약식 현장에서 송성문의 어머니는 아들의 계약에 연신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단 유튜브 채널에도 아들을 향한 사랑을 여과 없이 표했다.
송성문의 어머니는 “성문이가 ‘엄마 나는 키움이 좋아. 친정 같고 엄마 같고 아빠 같고. 내가 못할 때도 키워줬던 구단이기 때문에 정말 키움에 남고 싶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 말이 현실이 돼서 구단에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라고 했다.
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송성문의 어머니는 “야구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했는데 아빠 손 잡고 야구를 한 것은 되게 오래됐다. 우연치 않게 또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공부하고 병행시키는 부모도 있었지만 나는 ‘공부하지 마라. 그냥 야구만 하자’ 그랬다. 야구도 안 되고 공부도 안 되니까 야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부를 포기했다. 그래서 열심히 좀 따라다닌 것 같다. 아주 많이 따라다녔다”라고 했다.
학생 스포츠선수가 학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막상 현실에선 쉬운 일도 아니다. 그래도 송성문의 어머니는 강단 있게 아들의 공부를 포기시켰고, 야구에 물심양면으로 서포트를 했다. 결국 어머니의 그 결단과 희생, 사랑으로 오늘날 송성문이 탄생할 수 있었다.
궁금했다. 송성문이 야구를 안 하고 공부만 했다면 어땠을까. 송성문은 웃더니 “초등학교 때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라고 했다. 송성문의 어머니도 웃으며 “그래도 똑똑했다. 공부만 했으면 서울대 갈 애”라고 했다.

키움은 자칫 서울대에 120억원짜리 특급 3루수를 빼앗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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