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소환 D-2] ‘한 방’과 ‘헛방’, 갈림길 선 민중기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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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팀은 김건희 씨가 2022년 스페인 방문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사의 목걸이를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를 통해 건넨 뇌물로 의심하고 압수수색을 벌여 실물을 확보했다. 사진은 김건희 씨가 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 뉴시스
민중기 특검팀은 김건희 씨가 2022년 스페인 방문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사의 목걸이를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를 통해 건넨 뇌물로 의심하고 압수수색을 벌여 실물을 확보했다. 사진은 김건희 씨가 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김건희 씨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 오는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 출범 이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소환조사라는 평가다. 그간 특검이 진행해온 전방위 수사가 김씨를 한 방에 구속할 수 있을지가 달렸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소환을 두고 “구속을 위한 한 방”이란 분석과 “결정적 한 방 없는 헛방”이란 회의론이 엇갈린다.

◇ 포위 작전 성공 vs 빈손 리스크

민중기 특검은 수사 개시 35일 만에 김건희 씨를 피의자로 대면 조사하게 된다. 사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빠른 속도전으로 인해 김건희 특검은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16개 사건으로, 3대 특검 중 가장 많은 의혹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적 열세도 존재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김건희 없는 김건희 특검’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판사 출신인 민중기 특검은 검사 출신인 조은석 특검과 스타일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초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 씨와 관련한 위법 증거를 하나씩 쌓아가 확실한 한 방으로 김건희 씨를 구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김건희 씨를 둘러싼 핵심 관계자들을 집중 조사하며 포위망을 조여왔다.

특검법상 16개에 달하는 수사 대상 가운데 기존 수사기관이 손대지 않았던 삼부토건 주가조작부터 시작해 △코바나컨텐츠 협찬 뇌물 △명태균 공천 개입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등 수사 범위를 차근차근 넓혔다. 김건희 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토끼몰이(산토끼를 잡기 위해 목으로 몰아넣는 일)인 셈이다.

또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1일 김건희 씨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건희 씨, 국회의원 등 사회 유력자와의 인맥을 십분 활용했다”라는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종호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의 ‘주포’ 이정필 씨에게 “VIP에게 말해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했다는 진술 확보에 근거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팀은 7월 2일 첫 수사를 개시해 35일 만에 김건희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뉴시스
민중기 특검팀은 7월 2일 첫 수사를 개시해 35일 만에 김건희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뉴시스

이는 김건희 씨의 이름이 단순히 인맥 수준을 넘어서 실제 재판 개입 시도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나아가 김건희 씨가 국정농단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특검은 오는 6일로 예정된 김건희 씨 소환 조사에 앞서 핵심 인물들을 조사하며 혐의 다지기에 속도를 더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권오수 전 회장 △코바나컨텐츠 사내이사 시절 주식 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김범수 전 아나운서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인 명태균 씨, 김영선 전 의원, 윤한홍 의원 등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김건희 씨를 정점으로 한 ‘증언의 피라미드’가 완성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혐의별로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고, 결정적인 조각으로 남은 김건희 씨를 직접 불러 진술을 받겠다는 것이 특검의 전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포위는 끝났다, 남은 건 본진 진입뿐”이라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정황 증거는 많지만 직접 범행을 지시하거나 실행에 관여했다는 확정적인 증거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는 신중론이다. 게다가 김건희 씨가 조사 당일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진술을 회피할 경우, 특검 수사가 ‘증거 부족’이란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 김건희 씨의 대면조사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 법 기술자의 제물이 될지, 아니면 35일간 차곡차곡 쌓아온 증거가 힘을 발휘해 ‘구속’으로 연결될지 6일 조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은 임명 당시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건희 씨의 소환 이후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어떤 결단을 내릴지, 특검 수사 동력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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