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석’이라는 이름 석 자, ‘좀비딸’이 통할 이유

시사위크
배우 조정석이 영화 ‘좀비딸’로 돌아왔다. / NEW
배우 조정석이 영화 ‘좀비딸’로 돌아왔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타고난 코미디 감각, 마음을 건드리는 진정성 있는 열연까지, 배우 조정석이 대중이 사랑하는 자신의 강점을 모두 녹여낸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로 여름 극장가에 출격했다. 개봉과 동시에 극장가를 접수하며 ‘흥행 강자’ 면모를 제대로 입증한 그는 “누군가를 향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라며 ‘좀비딸’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정석이 호연한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 ‘인질’, 티빙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발한 설정과 예측 불가한 전개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좀비 영화를 완성했다. 

특히 여름 극장가 흥행 강자 조정석이 주인공으로 나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조정석은 942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엑시트’로 2019년 여름 극장가를 완벽 접수한 데 이어, 지난해 여름 영화 ‘파일럿’으로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 471만명의 관객을 매료했다. 1년 만의 스크린 ‘좀비딸’ 역시 지난달 30일 개봉과 동시에 43만명을 동원,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딸을 위해 극비 훈련에 나서는 아빠 정환으로 분한 조정석은 애틋한 부성애는 물론, 조정석표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며 관객의 마음을 또 한 번 사로잡았다. 최근 조정석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름 흥행 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준 조정석. / NEW
여름 흥행 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준 조정석. / NEW

-어떤 점에 끌렸나.  

“동화 같은 느낌이 좋았다. 따뜻하고 코미디도 잔뜩 들어가 있고 감동적인 부성애를 앞세우고 있어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침 아빠가 돼 부성애가 끓어오를 때였다. 부성애가 성장할 때 이 작품을 봐서 너무나 해보고 싶었고 열정이 끓어올랐다. 모든 작품이 도전이지만 이 영화는 특히 나이를 먹고 딸아이의 아빠가 되고 가정이 된 조정석이라는 사람에게 적절하고 절묘하게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좀비가 된 딸을 지키려는 아빠의 마음이 어떻게 다가왔나.

“감정신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감정이 잘 안 나오면 되게 힘들거든. 그 감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또 다른 상황을 거기에 대입해서 상상하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감정이 너무 폭발해서 얼마큼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감정이 우러나왔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너무 울면 관객이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잖나. 영화를 보는 분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주면서도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공간에 내가 먼저 들어가 있지 않길 바랐거든. 표출하면 표출할수록 득이 되는지 그 경계선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하고 연구했다.”

-웹툰도 봤나. 캐릭터 구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게 있다면.

“웹툰은 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원작을 보면 도움되는 것도 분명 많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시나리오를 봤기 때문에 그 느낌 그대로 촬영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원작을 보든 안 보든 이 영화를 온전히 다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애틋한 부성애 연기도 완벽 소화한 조정석. / NEW
애틋한 부성애 연기도 완벽 소화한 조정석. / NEW

-위트와 부성애 사이 정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했나. 

“설명하기 어려운데 약간은 본능적인 것 같다. 완전히 다른 길로 가면 감독님이 잡아주는데 내가 완전히 다른 길로 가진 않았나 보다. 감독님도 내가 생각하고 연기하고 본능적으로 느낀 연기를 되게 마음에 들어 했다. 뭔가 더 갔다 싶으면 감독님이 말을 해줘서 그렇게 조절하며 해나갔다.” 

-최유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제일 어른 같았다. 다 같이 모여 있으면 여고 동창 모임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사이에서 유리는 항상 어른스러움을 장착하고 유지하고 있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태도가 너무 좋았다는 거다. 굉장히 열정적이고 의견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웠다. 쉽게 잘 수용하고 받아들여 주고 영민하게 잘 적용해 줘서 그런 호흡들이 참 좋았다.”

-고양이 애용이도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금동이’라는 고양이 배우가 연기했는데 연기를 잘하다 못해 같은 장면에 나오는 우리의 시선도 빼앗아버리는 흡입력을 갖고 있다. 거의 매번 놀랐다. 적재적소에 표정과 느낌을 잘 살리더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잇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웃음) 이번에 히트칠 거다. 출연료 올려줘야 된다.”

-그동안 아빠 역할은 했지만 부성애가 핵심 감정인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제 아빠가 된 경험이 작품을 택하고 임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도 했는데 연기적으로 새롭게 느끼거나 확장됐다고 느낀 지점이 있나. 

“‘파일럿’에서도 아빠였고 ‘슬기로운 의사 생활’ 때도 우주 아빠였는데 부성애를 앞세운 역할은 아니었다. 이번 작품이야말로 부성애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마침 실제 아빠가 되니 그런 감정들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져서 내가 이렇게까지 아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구나, 인간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장했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다만 내 안에 없던 부성애가 성장했다기보다는 딸을 낳은 순간부터 그 자리에 있던 부성애를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하다가 이 작품을 만나 더 크게 와닿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실제 아빠 조정석은 어떤가. 

“나는 그냥 딸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빠다. 어느 정도를 ‘딸바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너 딸바보 아니야’라고 하면 서운할 정도는 된다. 그런데 정환은 완전한 ‘딸바보’다. 나보다 더한 것 같다.” 

조정석이 코미디 연기 철학을 전했다. / NEW
조정석이 코미디 연기 철학을 전했다. / NEW

-조정석표 코미디를 향한 관객의 기대치도 높다. 부담은 없나. 

“늘 뭔가 새로운 호흡을 찾기 위해 탐구한다고 생각한다. 조정석표 코미디? 그건 나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텍스트가 가진 힘이다. 나는 그 텍스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거다. 웃기려고 하진 않는다. 웃기려고 하면 더 안웃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황이 가진 코미디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동료들의 힘도 필요하다. 앙상블인 거다. 앙상블을 꾸려가는 것에서 그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엑시트’ ‘파일럿’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좀비딸’을 향한 기대도 크다. 작품에 대한 만족감도 있지만 배우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중이 조정석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내게 호감을 갖고 있다면 그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유가 무엇이냐고.(웃음) 약간 친근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까이하기에 어려운 분들도 있잖나. 그런데 나는 그냥 옆집 형 같고 길에서 만나면 ‘어어~’ 이러면서 편안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더라. 그분들에게 보답해야지 하는 마음가짐보다는 내게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더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 예능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거든. 열심히 하는 것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엑시트’를 함께한 이상근 감독, 임윤아와 이번에는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 정말로. 되게 의미 있는 것 같다. 동시기 개봉도 하고 함께 작품이 나오니까 너무너무 잘 됐으면 좋겠다. 만나서 ‘이게 웬일이냐’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윤아가 ‘좀비딸’이 먼저 개봉하니 끌어주고 ‘악마가 이사왔다’가 뒤에서 밀어주고 그렇게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면서 시너지를 내보자고 하더라. 정말 응원하고 있다.”

-‘좀비딸’은 어떤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억지스러울 수 있는 장면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원작이 만화기도 하고 선을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것마저도 설득되고 기분 좋게 다음을 따라가게 하는 힘이 우리 영화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이런 설정 자체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구나 싶었는데 읽다 보니 고리가 되게 잘 맞아떨어지면서 설득되고 힘이 있다고 느꼈다.”

-극장 ‘필람’ 포인트를 꼽자면. 

“극장에서 오랜만에 이런 스타일의 영화, 가족 코미디 드라마를 보니 정말 좋았다. 때로는 스릴도 있고 여러 재미가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니 극장에서 즐겨주길 바란다. 내 영화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다.(웃음) 때로는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있잖나. 부모와 자식 간이든 친구와의 관계에서든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향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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