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인데 이래도 되나, 천재 타자의 포지션은 뭡니까...5년 10개월 만에 투수 등판→시즌 첫 1루수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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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가 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서울고 출신 강백호는 2018년 KT 2차 1라운드 1순위로 프로 데뷔 후 KBO 통산 802경기, 타율 0.307, 121 홈런, 504 타점, 장타율 0.494, OPS 0.883를 기록한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KBO에서 가장 기대하는 중심타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강백호다. 그는 서울고 시절부터 투수와 포수를 비롯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야구천재로 불렸다. 하지만 2023시즌 이후 부상과 부진, 포지션 정착 실패 등을 이유로 좀처럼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24시즌은 포수로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하며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잦은 부상이 또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고작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2, 7홈런, 27타점에 그치고 있다.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 회복 후 돌아왔지만, 최근 10경기 타율이 고작 0.083(24타수 2안타)다. 결국 지난 31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 경기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KT 강백호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KT 강백호가 시즌 첫 1루수를 보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0-16으로 크게 뒤진 6회말에 1루수로 교체 출전했다. 올 시즌 첫 1루수 출전이었다. 포지션 정착에 실패한 강백호가 부상 복귀 후 1루수 출전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1루수 출전보다 더 큰 뉴스는 8회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었다.

강백호는 0-16으로 크게 뒤지던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 후 2번째, 2132일 만의 투수 등판이다. 지난 2019년 9월 29일 삼성전 이후 5년 10개월 만이다. LG 타자들을 상대로 최고 구속 144km를 찍는 등 25개의 공을 던졌는데 변화구 제구도 날카로웠다. 비록 홈런 포함 2실점을 했지만 왜 그를 천재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실 강백호의 투수 등판은 이강철 감독의 의중이 녹아있는 교체였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의 부진을 기량보다는 멘털 문제로 진단했다. 지난 2023년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리머니 아웃과 정규리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많이 힘들어했다. 그때도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를 위한 시간을 줬다.

KT 강백호가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백호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 30일 경기에서는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은 "급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라면서 안타까워했고 이날 투수로 깜짝 등판시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업계에서는 아무리 부진해도 강백호는 충분히 100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수비에서 문제가 있지만 타선 강화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제 강백호는 남은 43경기에서 '증명의 시간'을 보여줘야 한다.

[2132일 만에 투수로 등판하고, 시즌 첫 1루수로도 출전한 KT 강백호 / 잠실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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