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일은 감각이 생명… 일을 놓지 말고 계속 연결하세요”

맘스커리어

 

▲ 방송인 김지선[사진=본인]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방송인 김지선은 2003년 결혼 이후 5년간 네 아이를 연달아 출산했다. 전 국민의 축하 속에 ‘다산의 여왕’이란 별명도 얻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지만 정작 김지선은 기쁨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방송에선 “하루 두 시간 자고 기계처럼 방송국과 집을 오가는 일상이 이어졌다”라며 “돈 벌어도 행복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산후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도 받을 만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육아도 녹록지 않았다. 둘째 아들은 학교 자퇴 후 ‘죽고 싶다’라는 글을 벽에 적기도 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나 아이는 자랐다. 그런 만큼 엄마도 함께 컸다. 둘째 아들은 래퍼 ‘시바(SIVAA)’로 성장해 엄마에게 용돈도 주게 됐고, 김지선은 ‘다둥이 워킹맘’의 경험을 나누며 다른 부모의 멘토가 되고 있다. 김지선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 2004년부터 5년 사이 네 아이를 연달아 출산하셨습니다. 터울이 거의 없는 아이들을 동시에 키우는 건 상상만으로도 벅찬 일인데요.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육아 중 가장 힘든 순간은 아이들이 아파서 입원할 때였습니다. 보통 한 아이가 아프면 다른 아이도 함께 아프잖아요.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아프기도 하고, 심하면 두 아이가 동시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명이 다 나았더니 또 다른 아이에게 전염되고 이런 식으로 병원에 계속 있다 보니 이런 얘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혹시 아이가 큰 병에 걸렸나요?” 그 질문에 제가 “아니요, 애가 바뀌어서 그래요”라고 웃으며 말한 적도 있죠.

코로나19 시기엔 온 가족이 한꺼번에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프지 않은 한 명이 다른 가족을 돌봐줄 수 있었거든요. 그래도 네 아이가 함께 있다 보니 매일 전쟁터 같았습니다. 외출도 못하니까 아이들이 사소한 일로 다투기 일쑤였습니다. 예를 들면 둘째가 사둔 빼빼로를 셋째가 먹었다며 서로 비난하면서 싸우기도 했어요. 그래도 심심할 틈은 없었습니다. 우리 집은 사건·사고가 늘 일어나는 버라이어티한 전쟁터 같았습니다. 늘 생각했습니다. ‘역시 애들은 잘 때가 제일 예쁘다’ (웃음) 아이 하나가 유치원에 가거나 학교에 가면 여유가 생길 법도 한데 아이가 네 명이다 보니까 육아의 여유라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도 유치원 선생님, 학교 선생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고등학생 시절에[사진=본인]

 

- “아이 하나 키우는 것보다 네 제곱만큼 힘들다”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며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넷째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방송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 오면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충전해야 할지 몰라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이런 말을 해 줬습니다. “애들은 곧 엄마, 아빠 손을 떠날 거야. 그 시기가 오면 우리 둘만 남을 거야.” 그 말을 들으며 ‘그래, 내가 외로워도 되니 제발 빨리 커라’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날이 오더라고요. 실제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주말이면 부부만 남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다시는 그 시절을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체력도, 마음도 너무 버거웠어요. 그래도 “그때 참 잘 버텼다,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방송에서 “한 달 식비가 200만 원이 넘는다“라고 하셨죠. 다자녀를 양육하며 육아비용이나 생활비 등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절약의 노하우나 알뜰 육아팁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영재발굴단’을 진행하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진짜 영재들은 부모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몰입한다는 것을요. 그걸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아하는 것만 하게 해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학원을 대폭 줄였습니다. 첫째는 키 크라고 줄넘기 학원, 셋째는 체육 학원, 둘째는 그냥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았습니다. 대신 방과 후 수업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수영,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잖아요.
이런 놀이 중심의 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이었습니다. 셋째는 줄넘기, 훌라후프, 자전거를 스스로 익혔고, 막내는 셋째에게 수영을 배웠어요.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자라더라고요. 창의성도 놀이에서 나온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 가족들과 함께[사진=본인]

 

- 둘째 아들의 사춘기 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자퇴 후 ‘시바(SIVAA)’라는 이름으로 래퍼가 되었는데요, 어떤 과정을 겪었고 지금은 어떤 응원을 보내고 계신가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 ‘부적응자’ 같은 프레임으로 아이를 쉽게 규정하죠. 하지만 자퇴는 어른이 만든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들도 그랬습니다. 기존 교육 안에선 자기답게 살기 어려웠고, 결국 스스로 길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래퍼로 활동하며 가끔 용돈도 줍니다. “엄마, 이 돈 써” 하는데, 정말 뭉클하더라고요.


저는 아이를 ‘드론’처럼 멀리서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멀리서 보면 분명 자기 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부모라면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았다”라는 고백까지 했었는데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지쳤던 그 시절을 어떻게 견디셨나요?

넷째 출산 이후 방송 일이 잘 풀렸어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을 몰아서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깨달았어요. 저는 사실 돈 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쉬지 못하고 계속 채찍질만 했던 거예요.


그때는 엄마, 아내, 며느리, 딸… 모든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무리였습니다. 양희은 선배님 말처럼 “엄마지만 못할 수 있어” 애들 학교 참관수업 한 번 못 갔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고, 집이 항상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도 내려놨습니다. “당분간은 돼지우리다” 하고 포기했더니 삶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스스로를 허락하니 마음이 편해진 것입니다.  

 

▲ 출연자들과 함께[사진=본인]

 

- 개그우먼이자 방송인으로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결혼, 육아 이후 많은 방송인이 활동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배로서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공중파에서 보기 어렵더라도 홈쇼핑, 종교방송, 연극 등 다양한 무대가 있습니다. 본인이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리고 일을 완전히 놓지 마세요. 무대가 작아도 감을 유지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옵니다. 일은 감각이 생명이거든요. 완벽한 형태가 아니어도 계속해서 손 놓지 않고 연결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방송 출연 사진[사진=본인]

 

– 지금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일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규모가 작아도 계속 일을 이어온 건, 저 같은 엄마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경험을 한 ‘엄마들의 선배’예요. 일하는 엄마, 경력 단절된 엄마, 지친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방목형 육아가 아이를 자립하게 한다”라는 걸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해요. 사회가 계속 유지되고 커가기 위해선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야 하죠. 이 위대한 일을 우리가 하는 겁니다. 엄마라는 역할이 하찮게 여겨져선 안 되고, 커리어의 중단으로만 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도 성장하려면 바람과 비를 견디며 나이테를 만들고 단단해지잖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순탄한 인생보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인생이 나중에 더 값지다고 믿습니다.

 

▲ 방송인 김지선[사진=본인]

 

– 가족의 지원이나 일·육아 균형을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지금은 아이들이 다 자라서 각자 알아서 해요. 여행 가방도 스스로 싸고, 자기 일은 스스로 합니다. 방목형으로 키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편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이 사람 없었으면 네 아이 못 키웠을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알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큰 힘이에요. 물론 제 생각을 전부 꿰뚫지는 못하지만, 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합니다.

– 앞으로 해 보고 싶은 방송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작년에 ‘사랑해 엄마’라는 연극을 7개월 동안 공연했어요. 그 경험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무대에서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김지선’ 하면 단순한 개그우먼이 아니라, 진지한 배우로도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맘스커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MOM터뷰] "일은 감각이 생명… 일을 놓지 말고 계속 연결하세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