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도시락을 직접 싸 오는 일본 대학생이 33%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는, 그 이면에 어떤 현실이 숨겨져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올해 5월 일본의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도시락, 구내식당, 편의점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한 취향이나 생활 습관을 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점심값으로 500엔 이하를 지출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고, 1000엔(약 1만 원) 이상을 쓴다는 사람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그나마 편의점 식사는 ‘시간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 수치는 단순히 학생들의 검소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곧 ‘한 끼 식사조차 계산하고 아껴야 하는 청춘의 현재’에 대한 냉정한 자화상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알바몬이 2024년 4월에 대학생 1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월평균 용돈은 약 51만 원이다. 이 중 식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전체의 63.8%에 달했다. 이는 높은 물가 탓에 점심 한 끼에 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 속에서, 대학생들이 기본적인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용돈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일본 대학생들의 도시락을 싸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먹고 싶은 것을 참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내하고 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일본라면 한 그릇 가격이 1000엔을 훌쩍 넘기고, 편의점 도시락도 만만치 않은 지금, 학생들이 선택하는 메뉴는 영양보다 가격이다. 함께 먹는 사람보다, 계산기 먼저 두드리는 현실 속에서 한 끼의 의미는 ‘풍요’가 아니라 ‘생존’으로 바뀌고 있다.
청춘은 늘 배고프고 고단한 법이라지만, 최소한 식사만큼은 위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자유, 가격을 보지 않고 고를 수 있는 여유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존엄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한 끼 식사가 비용보다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청춘이란 단어가 더 이상 절약과 포기의 동의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시락을 싸는 누군가의 가방 속에 작은 풍요가 깃들기를 응원해본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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