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도쿄포인트] 도시락의 의미...韓·日 대학생의 점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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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도시락을 직접 싸 오는 일본 대학생이 33%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는, 그 이면에 어떤 현실이 숨겨져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올해 5월 일본의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도시락, 구내식당, 편의점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한 취향이나 생활 습관을 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일본 대학생의 점심 지출 금액 분포. 500엔 이하가 전체의 56%를 차지/Circle Up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 대학생의 점심 지출 금액 분포. 500엔 이하가 전체의 56%를 차지/Circle Up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점심값으로 500엔 이하를 지출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고, 1000엔(약 1만 원) 이상을 쓴다는 사람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그나마 편의점 식사는 ‘시간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 수치는 단순히 학생들의 검소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곧 ‘한 끼 식사조차 계산하고 아껴야 하는 청춘의 현재’에 대한 냉정한 자화상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알바몬이 2024년 4월에 대학생 1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월평균 용돈은 약 51만 원이다. 이 중 식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전체의 63.8%에 달했다. 이는 높은 물가 탓에 점심 한 끼에 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 속에서, 대학생들이 기본적인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용돈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주대 신입생 “점심 한 끼 만 원 넘는다… 알바는 꼭 해야”/KBS 뉴스 캡처(포인트경제)
전주대 신입생 “점심 한 끼 만 원 넘는다… 알바는 꼭 해야”/KBS 뉴스 캡처(포인트경제)

물론, 일본 대학생들의 도시락을 싸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먹고 싶은 것을 참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내하고 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일본라면 한 그릇 가격이 1000엔을 훌쩍 넘기고, 편의점 도시락도 만만치 않은 지금, 학생들이 선택하는 메뉴는 영양보다 가격이다. 함께 먹는 사람보다, 계산기 먼저 두드리는 현실 속에서 한 끼의 의미는 ‘풍요’가 아니라 ‘생존’으로 바뀌고 있다.

청춘은 늘 배고프고 고단한 법이라지만, 최소한 식사만큼은 위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자유, 가격을 보지 않고 고를 수 있는 여유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존엄일지도 모른다.

점심 도시락
도쿄의 한 직장인의 점심 도시락 ⓒ포인트경제

언젠가 다시, 한 끼 식사가 비용보다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청춘이란 단어가 더 이상 절약과 포기의 동의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시락을 싸는 누군가의 가방 속에 작은 풍요가 깃들기를 응원해본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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