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세월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욕심과 자신감이 있다.
신영석은 2022-2023시즌부터 매 시즌 등번호를 바꾸고 있다. 당시 22번으로 시작한 등번호는 시즌을 거치며 23-24번으로 바뀌었고, 다가오는 2025-2026시즌은 25번을 등에 달게 된다. 매 시즌을 치를 때마다 등번호를 하나씩 늘려가고 싶다고 밝혔던 신영석은 30번을 달 때까지 뛰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게 25번이 된 신영석은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한국전력의 하계 전지훈련에서 다가오는 컵대회와 시즌 준비에 열을 올렸다. 어느덧 리그 16년차를 맞는 베테랑이지만 여느 젊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고 치열하게 훈련에 임했다.
훈련이 모두 마무리된 뒤 오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신영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신영석은 “항상 휴가 전에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휴가 이후에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그래서인지 뭔가 책임감을 더 느끼면서 전지훈련에 임한 것 같다. 휴가 이전에 전지훈련을 가면 휴가만 바라보면서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번엔 시즌을 바라보는 전초전 느낌으로 훈련에 임했다. 좋은 시작이 된 것 같다”고 전지훈련을 돌아봤다.
신영석은 이번 시즌 핵심으로 조직력을 꼽았다. 그는 “워낙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많아서 조직력 측면에서는 약간의 걱정도 있다. 하지만 합류한 선수들은 분명 팀에 도움이 될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우리 팀만의 문화나 태도에 적응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꾸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인적으로는 블로킹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인 신영석이다. 그는 “팀의 서브 앤 블록이 좋아졌기 때문에, 나도 팀 컬러에 발맞춰 블로킹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양 날개 공격력이 제대로 터질 수 있도록 중앙에서 상대 블로킹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뭘 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며 집중하고 있는 부분들을 소개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장이었던 신영석은 다가오는 시즌 주장직을 서재덕에게 물려줬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장을 내려놨다고 고참 역할을 안 할 일은 없다. 계속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고참으로서 한국전력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후 신영석과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배구를 포함한 다양한 종목에서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베테랑에 대한 냉정한 대우나 평가의 추세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영석은 “사실 ‘쟤는 늙었어, 쟤는 이제 힘들 거야’ 같은 말을 한 2년 전부터 시즌 내내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흔들리거나 불쾌해하는 티를 내면 손해”라고 솔직하게 운을 뗐다.
그러나 신영석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는 “사실 내 나이를 봤을 때 상승보다는 유지를 해야 하는 시기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난 아직도 상승에 대한 욕심이 있다. 계속 성장하고 싶고 목이 마르다. 어쩌면 이게 내 원동력인 것 같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신영석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역시 몸 관리다. 그는 “당연히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점점 생긴다. 이건 관리를 잘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잠을 잘 자고,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 같은 기본을 지켜야 한다. 또 루틴을 잘 지켜야 한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양의 밥을 먹고, 같은 양의 운동을 해야 한다. 물론 이건 정말 이기기 힘든 나와의 싸움이다. 그럼에도 이겨내야만 한다”고 프로페셔널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 시간은 찾아오고 만다. 신영석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프로 선수라면 언젠간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고 본다. 누구도 천년만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더라도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주전이 아닌 선수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해야 팀이 강해진다. 예를 들면 훈련 파트너로, 또 누군가가 다쳤을 때 대체 자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도 내가 언제까지 배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마음가짐을 (박)철우 형에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를 향한 존경을 전하기도 한 신영석이었다.

“이제 25번이 됐다. 등번호가 늘어갈수록 간절함도 커져가는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은 신영석은 “ 저는 이번 시즌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성장과 전진을 늘 지켜봐주시는 팬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좋은 추억 가져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느덧 불혹이 된 신영석이지만, 여전히 그의 가슴은 스무 살 루키들처럼 뜨거웠다. 그러면서도 베테랑다운 노련함과 프로페셔널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가 V-리그 역사상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블로킹을 잘하고 속공을 잘 때리기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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