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난 26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예정이었던 티웨이항공 항공편(TW162)이 지연을 거듭한 끝에 기체 결함으로 결항됐다. TW162편 승객들은 결국 공항에서 밤을 지냈고, 티웨이항공이 보낸 대체항공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16시간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티웨이항공 측의 미흡한 대처다. 해당 항공편(HL8501, A330-300)을 이용하려 했던 승객 252명에게 티웨이항공 측은 호텔 제공이나 타 항공사 대체 항공편(엔도스)을 제공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매주 토요일 싱가포르→인천 운항편은 밤 11시 창이국제공항을 출발하는 스케줄이다. 티웨이항공은 출발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승객들을 탑승시키지 않았고 지연 안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안내된 지연 시간은 1시간이었으나 자정(밤 12시)쯤이 되자 또 다시 1시간 추가 지연을 안내했다. 이후 27일 새벽 3시가 넘은 때에 결항을 안내했다.
해당 항공편을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창이공항에 근무하는 티웨이항공 직원들에게 호텔 제공 또는 대체 항공편 마련을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티웨이항공 측은 250명 이상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기를 인천에서 싱가포르로 보냈지만 대체항공기 투입도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은 결국 현지시각 27일 오후 3시 반쯤이 돼서야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당초 출발 예정시간보다 16시간 이상 지연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인천에서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는 약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싱가포르와 우리나라 시차가 1시간임을 감안하면 대체 항공편이 인천에서 출발한 시간은 대략 오전 7∼8시 전후쯤으로 보인다. 문제가 발생한 현지시각 새벽 3시(한국 시간 새벽 4시)에 즉각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티웨이항공이 대체항공편을 인천에서 싱가포르로 보내 승객들을 태워 인천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라면 대략적으로 소요되는 시간 정도는 현장에서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티웨이항공 측에서는 대체항공편 투입까지 12시간이 더 남았음에도 승객들을 공항에 방치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호텔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대체 항공편이라도 수배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항공사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TW162편을 이용하려던 승객들 일부도 대체 항공편을 빨리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이 TW162편(HL8201)의 결항을 발표한 27일 새벽 3시 전후로 싱가포르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은 △제주항공(오전 3시15분 출발) △대한항공(오전 7시30분 출발) △싱가포르항공(오전 8시10분 출발) 3개가 연이어 있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제주항공은 174석의 보잉 B737-800 기재를 투입하며, 대한항공은 276석 규모의 에어버스 A330-300, 싱가포르항공은 337석 규모의 B787-10 드림라이너를 각각 투입한다.

당초 티웨이항공 TW162편을 이용해 귀국을 하려던 승객 일부는 새벽 1시까지 명확한 안내를 받지 못하자 티웨이항공 예약을 취소요청하고 제주항공 항공편을 다시 발권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도 잔여석 발권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티웨이항공 측에서는 지난 27일 새벽 싱가포르 현지 호텔과 인천행 항공편 모두 풀부킹 수준이라 승객들에게 호텔이나 대체 항공편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싱가포르 현지에 근무하는 우리 직원들이 호텔과 대체 항공편을 알아봤었다”며 “다만 지금 시기가 싱가포르 노선 성수기이기도 하고, 최근 싱가포르에서 국제행사가 개최됐으며 8월초 싱가포르 60주년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있어 호텔과 대체항공편 수배가 불가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1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2025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려 선수단과 관광객 등이 몰린 것으로 알려진다.
대외적인 요인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으나, 항공기 정비·결함 이슈로 제 시간에 비행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티웨이항공의 대처는 아시아나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 등 항공사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쓴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앞서 에어프레미아는 특정 노선에서 항공편이 정비 등의 이유로 제 시간에 비행을 하지 못하고 장시간 지연이 예상되는 경우 승객들에게 “원하는 대체 항공편 이코노미석 항공권 구매 후 에어프레미아 고객지원 이메일 주소로 당사 예약번호와 함께 영수증과 탑승권을 보내주면 보상을 해주겠다”라고 안내한 바 있다. 타 항공사 대체편을 제공하는 ‘엔도스’는 필수는 아니지만 자사 항공편을 믿고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OZ211)이 출발 직전 기체 결함으로 인해 결항됐고, 해당 항공편은 18시간 지연 운항을 하게 됐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승객 241명 가운데 환승 승객에게는 다른 항공사 대체 편을 제공했으며,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은 승객들에게는 호텔 숙박과 E-바우처를 함께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소노그룹 소노인터내셔널의 품에 안긴 티웨이항공이 더 큰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정비 부분에 투자를 늘리고, 항공기 문제로 인해 비행이 불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티웨이항공 측은 현재 16시간 이상 지연운항을 한 TW162편 탑승 승객들에게 보상 절차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 개개인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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