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은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을 논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의총에서 ‘직접 윤 위원장이 와서 설명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혁신안 논의를 재차 미뤘다. 국민의힘은 수해 현장 방문으로 앞서 예정된 의총을 취소한 후 의총 개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혁신안 논의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지도부는 이런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윤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혁신안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며 논의를 미룬 이유를 댔지만, 윤 위원장은 “저를 국민의힘 의총에 불렀는데 참석하지 않아 혁신안 논의가 불발됐다는 기사들이 뜨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공방이 오갔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윤 위원장의 참석 하에 의총을 재개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는 8월 22일 예정된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혁신위의 목소리를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또 ‘혁신 좌초’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송언석발 ‘윤희숙 혁신위’ 패싱... 혁신 또 표류하나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윤 위원장의 불참으로 혁신안을 두고 진전된 토론을 없었다고 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를 했는데 다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이 직접 의총 출석해 (윤 위원장이 요구한) 그런 혁신안이 필요한 사유에 대해 설명해야 의원들 간의 토론이 가능하겠다고 말했다”며 “다음 의총에서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다시 한번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곽 대변인은 ‘윤 위원장에게 의총에 와 달라고 연락했냐’는 취지의 물음에 “오늘 의총이 있다고 연락을 드렸다”며 “아마 본인께서 참석 여부에 대한 답변을 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윤 위원장이 연락이 안 와서 못가고 있다고 했다’는 데 대해 “말씀이 조금 틀린 것 같다. (윤 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하신 분이 직접 말씀하셨다”고 했다.
앞서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의총에서 혁신위원장을 불렀냐’는 질문에 “어젯밤에 소통이 있었다. 오고 싶냐는 질문을 받아서 부르시면 당연히 기꺼이 가서 설명드린다고 했는데 부른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측에서 혁신위원장의 참석 의사가 명확했음에도 ‘답변을 안 했다“고 한 셈이다.
박성훈 대변인은 의총에서 윤 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이 나왔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의원들이 혁신안에 대해서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혁신위원장이 발표한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혁신안을 충분히 공유받지 못한 의원들이 대외적으로 말씀하실 때 혁신에 반발한 것처럼 비치는 모습을 굉장히 걱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혁신위가 제출한 이 혁신안이 완성안이 아니라 일종의 발제문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었다)”이라며 “당내 혁신의 기폭제로 활용해달라는 말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희숙 혁신위의 혁신안이 ‘발제문 수준’이라며 ‘완성안’에 못 미친다고 했다. 사실상 의총에서 윤 위원장의 혁신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수진 대변인도 “혁신안이라는 게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비대위 출범 시 8월 전당대회 전 혁신위에서 혁신을 추진하겠다던 태도와는 달라진 모양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지도부 측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오전 의총 산회 후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저녁 송언석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으로부터 ‘의원총회에 참석할 의향이 있냐’는 전화를 받았고, 불러주시면 당연히, 기꺼이 간다고 대답했다”며 “기이하게도 똑같은 대화가 세 번의 통화에 걸쳐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아침까지도 참석하라는 연락이 없어 오전 9시에 다시 전화드려 ‘도대체 오라는 겁니까 오지말라는 겁니까’ 물었더니 ‘의논해 봐야 한다’ 답을 받았다”며 “그 이후 당사 사무실에서 콜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부르는데 안 왔다’는 기사가 뜬다”고 꼬집었다.
자신은 의총에 참석해 혁신안을 설명하고 논의를 할 준비가 다 됐다는 충분한 의사표시를 했다며 당 지도부가 ‘불렀는데 오지 않았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를 띄워놓고 혁신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윤 위원장의 해명에 당 지도부가 혁신위를 패싱했다는 비판 여론이 올라오자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후 다시 의총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두번째 열린 의총은 윤 위원장이 참석해 혁신안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이 큰 틀에서 구체적 혁신안을 하나하나 꺼내놓고 나눈 것은 아니고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어떤 일 해야 하는지 큰 틀의 말씀이 있었다”며 “의원들이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위원장이 오전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뉘앙스, 전달 과정에 있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전달하는 사람과의 뉘앙스의 차이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듣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었다”며 “전반적으로 국민 눈높이 부응을 위해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하는지 큰 틀(이었다)”고 했다. 혁신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 없이 ‘큰 틀’이라며 논의를 뭉뚱그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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