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통법 폐지에도 ‘공짜폰’ 실종 스마트폰 집단상가…“보조금 풀리면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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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이틀째인 23일 낮 12시. 스마트폰 집단상가인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단통법 폐지돼서 ‘공짜폰’ 기대하고 왔는데, 허탕 쳤네요. 좀 더 기다렸다가 보조금 풀리면 그때 다시 와봐야겠어요.”

단통법 폐지 이틀째인 23일 낮 12시. 스마트폰 집단 상가인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갤럭시 Z7 폴더블 폰이 공식 판매되는 오는 25일 이후로 통신 3사 보조금 정책이 확정될 전망이라 아직까지는 크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탓이다. 보조금 역시 기존과 비슷했는데, ‘보조금이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상가를 찾은 일부 시민 사이에선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취재진 역시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5, 아이폰16을 비롯한 신제품인 갤럭시Z 플립7·폴드7의 가격을 문의해 봤다. 결론부터 보면, 지원금 수준 및 개통 조건이 단통법 폐지 이전과 비슷하거나 되레 까다로워 졌다. 갤럭시 Z 폴더블 폰 출시로 가격이 대폭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던 갤럭시S25 역시 일부 매장이 ‘공짜폰’이라는 문구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요금제·카드 혜택·부가서비스 조건을 추가해야 공짜로 가져가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무늬만 공짜폰’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가 4~5곳을 순차적으로 둘러본 뒤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곳을 압축했다. 우선 갤럭시S25 일반 모델은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시 6개월간 9만5000원 요금제를 쓰면 기기값 없이 개통이 가능했다. SK텔레콤 기기변경의 경우 카드사 연계 할인으로 현금 15만원을 지원하지만, 역시 부가서비스 조건이 붙었다. 일부 판매점은 “조금만 기다리면 완전 공짜폰으로 풀릴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아이폰16 256GB 모델은 LG유플러스 기기변경 시 제휴카드를 사용하면 최대 70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6개월간 11만원 요금제 유지와 3개월간 부가서비스 3만원 이상 가입이 조건이다. SK텔레콤 번호이동 시에는 6개월간 10만9000원 요금제를 쓸 경우 기기값이 약 10만원 수준으로 안내됐다. 한 판매점은 “이 정도 조건이면 단통법 폐지 전보다 더 싸진 게 아니고 되레 더 까다로워 진 상태”라고 말했다.

폴더블 신제품인 갤럭시Z 플립7과 폴드7에 대한 추가 보조금도 아직 붙지 않았다. 출고가는 각각 평균 140만원대, 200만원대였고, 사전예약 공시지원금도 50만원 수준에 그쳤다. 플립7의 경우 제휴카드를 만들어 구입해야만 실구매가가 20만~30만원대로 떨어졌다. 일부 매장은 “사전예약 기간에는 보조금이 비교적 괜찮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원금이 줄었다”며 “당장은 구매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폐지 이틀째인 23일 낮 12시. 스마트폰 집단상가인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규 기자

◇ “갤럭시 Z폴더플 정식 판매되는 25일 이후부터 보조금 전쟁”…대규모 회원 이탈 SK텔레콤, 보조금 얼마나 풀까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상한 규제가 사라졌지만, 판매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점주는 “그전에도 우린 보조금을 붙여서 팔았고, 지금도 그 방식 그대로”라며 “법이 바뀌었지만 가격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판매점 관계자도 “통신사들 모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마케팅 경쟁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이동통신 시장 과열 마케팅과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통점의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했고, 통신사는 공시지원금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했다. 이번 폐지로 이 같은 규제는 모두 사라졌고, 통신사와 유통점은 자율적으로 보조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소비자 체감은 냉랭하다. 단말기 가격이 높아졌고, 교체 주기가 길어졌으며, 선택약정 할인이나 자급제·알뜰폰 확산 등으로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진짜 공짜폰’이 돌아오긴 어렵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다.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싸질 줄 알고 기다렸는데, 오히려 전보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 같다”며 “차라리 예전에 사는 게 나았겠다 싶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오는 주말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 폴드7·플립7이 25일부터 정식 출시되고, 번호이동 수요가 몰리면 통신3사의 마케팅 경쟁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매장 관계자는 “실제 보조금 경쟁은 주말 이후부터 시작될 수 있다”며 “통신 3사가 보조금을 얼마나 늘릴지에 따라 ‘공짜폰 전쟁’의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 이틀째인 23일 낮 12시. 스마트폰 집단상가인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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