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HK이노엔이 약 4년간 추진해온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적으로 재조합한 뒤 다시 주입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부 혈액암에서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세포유전자치료제의 높은 기술 난이도에 비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 자체 연구를 종료하고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21년 약 65억달러(8조5000억원)으로, 오는 2028년 약 890억달러(약 117조원) 규모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파이가 큰 시장이지만 제약바이오사 입장에서는 기술적 난이도와 막대한 투자 비용 대비 실제 개발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중도에 사업을 접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앞서 HK이노엔은 지난해 1월 세포치료제 프로젝트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국가 지원 과제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생산 실적도 없이 CDMO(위탁개발생산) 진출마저 무산됐다.
이렇자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세포치료제 개발 관련 인력은 이미 다른 부서로 재배치했다. 또한 하남 연구센터에 도입했던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 장비 ‘프로디지’도 내부 사용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세포치료제 특성상 제한적인 환자 치료라는 한계와 치료제 투여에도 높은 재발율로 치료 효용성이 떨어지는 점 등 높은 기술 난이도·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투입한 시간과 비용이 아쉽다는 시각과 함께 이른 사업 철수가 더 큰 손실을 막는 길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HK이노엔이 세포유전자치료제에 본격 뛰어든 것은 지난 2020년이다. 경기도 하남에 세포유전자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독일 밀테니바이오텍으로부터 CAR-T 치료제 생산 장비 프로디지 20대를 도입했다. 이 장비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제조에 폭넓게 활용되는 자동화 설비다. 이를 기반으로 CDMO사업까지 추진하며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다. 생산장비에만 100억원 이상이 투입 된 것으로 추산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당장은 손해처럼 보여도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을 과감히 접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 가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HK이노엔은 기존 주력 사업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HK이노엔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75억원, 223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컨센서스는 매출 1조238억원, 영업이익 1026억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16.3% 높은 수치로 '1조클럽' 가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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