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사가 ‘파머징’ 시장으로 주목받는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머징(Pharmerging)은 제약(Phamacy)과 신흥(Emerging)의 합성어다. 동남아시아·중남미·중동 등 신흥 제약시장을 의미한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삼일제약,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을 신흥 성장 거점으로 삼고 공략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최근 수두백신 ‘배리셀라주’가 베트남 의약품청(DAV)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베트남 내 민간 시장 중심 백신 유통 구조를 고려해, 현지 지사를 통한 직접 판매로 연간 고정 매출 창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품목허가를 위해 GC녹십자는 베트남 현지 임상시험을 수행해 제품의 안전성과 면역원성(백신이 체내에서 항체를 잘 만들어내는 능력)을 입증했다. 배리셀라주는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MAV/06’ 균주를 사용한 생백신으로, 높은 바이러스 함량과 생산효율이 높다. 무균 공정 시스템으로 항생제 없이 생산한 세계 첫 수두백신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2020년 배리셀라주 국내 허가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획득하고 현재 개별 국가 인허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번 베트남 품목허가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화 전략이 반영된 성과로, 동남아 시장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호치민시에 최첨단 점안제 공장 ‘S1 플랜트’를 세워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1억달러(1500억원)를 투자했으며,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SHTP) 산업단지 내 부지 2만5000㎡, 연면적 2만1000㎡ 규모다. 2022년 11월 준공한 이 공장은 멸균 충전 설비를 갖춘 안과용 점안제 전용 제조시설로 연간 최대 3억개 점안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GMP(우수의약품제조품질기준) 인증과 WHO 기준 GMP도 획득해 국제 품질을 공식 인정받았다. 회사는 향후 미주·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베트남 공장에 대한 미국 FDA cGMP와 EU-GMP 인증도 추진 중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 원가 절감과 우수한 품질을 동시에 달성해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CMO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베트남 생산거점을 통해 가격경쟁력 높은 고품질 의약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셀트리온은 아세안 의약품 시장 전초기지로 지난해 9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제품 허가부터 판매까지 직접 수행한다.
아울러 베트남은 의약품 조달이 주로 국공립 병원 입찰로 이뤄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직접판매 경험과 안정적 공급능력을 강점으로 현지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램시마를 비롯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주력 4개 제품(램시마SC, 트룩시마, 허쥬마)의 베트남 판매허가를 획득해 주요 병원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약품 영업·마케팅 인력을 두 자릿수로 확충하고, 제품 출시에 맞춰 의료진·환자 대상 홍보 활동과 병원 입찰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한 올해 안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 항암제 베그젤마, 천식·두드러기 치료제 옴리클로 등 추가 바이오시밀러 제품 허가도 순차적으로 추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세안 등 핵심 파머징 시장에서 글로벌 리딩 바이오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더 많은 베트남 환자들에게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공급하도록 현지 영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서는 데는, 빠르게 성장 중인 파머징 시장 가운데 베트남이 갖는 수요와 유통 기반 매력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2023년 46억6000만달러(6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4.9% 증가율로 2029년 62억6000만달러(약 8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단일 시장을 넘어 동남아 진출 교두보이자, 글로벌 생산·유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현지 제도 변화와 의약품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향후 아세안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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