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증시에 자사주 소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를 내세운 이슈지만, 기업과 정치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완전히 없애는 행위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자연스레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회사가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적극 활용해 왔다.
문제는 자사주 소각이 '선택'이라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장기간 보유만 하고, 소각은 하지 않는다. 매입 당시에는 주가 부양과 주주환원을 외치지만, 정작 핵심인 소각은 미루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자사주는 주가 하락 방어용 수단으로 쓰이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비축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최윤범 회장 측은 자사주를 활용한 공개매수로 지배력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권은 자사주 매입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거듭 발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관련 입법을 시도했다.
기업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소각 여부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며, 일률적 강제는 오히려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인수합병(M&A), 임직원 인센티브, 긴급한 유동성 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주주를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소각이 이뤄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특히 일부 대주주가 자사주를 지배력 유지나 외부 세력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일반 주주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은 정기적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곧 소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시장에 신뢰를 주는 셈이다.
자사주 소각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두는 지금의 구조로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자사주 매입이 진정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책임'이 따라야 한다. 주주 가치 제고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자사주 소각의무화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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