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불붙은 ‘북한 주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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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주적 논쟁이 재점화됐다. 그간 청문회 국면마다 되풀이됐던 주적 논쟁이 이번에도 불거지자 여당은 ‘색깔론’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야권은 국무위원의 안보관을 확인하는 절차라며 이를 고리로 공세의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후보자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청문회는 얼마 가지 않아 반쪽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을 하면서다. 김 후보자가 ‘북한이 주적’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인가'라는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세력”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 의원이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인가'라고 재차 묻자 “주적이 아니라고 어제 통일부 장관 후보자께서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서도 그는 “제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통일부 장관님 말씀에 동의한다”고 했다.

노동 정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진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무위원 후보자로서 안보관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섯 차례의 방북을 신청했고, 허가를 받아 방북한 일부 일정에는 최근 간첩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민주노총 전 간부와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지난 2011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 목적 방북 신청 사실도 언급됐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런 인물이 어떻게 국무위원이 될 수 있겠나”라고 직격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 야당, 청문회 곳곳서 ‘대북관’ 검증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라 이번 주 내내 이어진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에게 북한을 주적으로 인식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업무 자체가 북한과 관련이 있는 통일부·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라는 점도 있지만, 진보정권의 ‘약한 고리’로 평가되는 대북관을 전략적으로 파고들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위협”이라고 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주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주적 논쟁을 ‘색깔론’이라고 반박한다. 자칫 야권의 공세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관 후보자들의 발언이 부처 간 역할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 힘을 싣고 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통일부 장관으로서 남북 간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분으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굳이 쓰면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데 있어 지장이 있을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며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북한에 대한 명시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권은 이러한 애매모호한 대답이 국무위원 후보자로서 부적격성에 해당한다며 날을 세웠다.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안보 위협을 부추기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통일부 장관이기 때문에 뭐든 풀어봐야겠다고 하는 그러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현실을 정확하게 봐야 한다”며 “분명한 것은 주적이 맞다”고 했다. 

한편,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재개된 청문회에서 ‘김정은이 주적이 맞냐’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결국 “네”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아마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보니 걱정하는 국민들을 대신해 질문하신 것으로 이해한다”며 “답변이 부족했다면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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