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국회=이민지 기자 양육비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꼭 이행되어야 할 의무이자,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아동이 받아야 할 권리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24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명단공개 등 ‘나쁜 부모’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절반 이상의 부모가 양육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가족부가 지난 1일부터 ‘양육비 선지급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16일 국회에서는 ‘양육비 이행지원 제도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경근 교수는 “부모는 직접 양육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미성년 자녀의 성장을 지원할 의무가 있으나, 현실에서는 양육비채무자가 지속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까지 수차례 법개정을 통해 양육비 이행강제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갖췄지만 아직도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경근 교수는 지속적인 양육비 이행을 위해서는 △이혼절차의 개선 △양육비 이행강제제도의 완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유책주의 이혼제도를 파탄주의로 변경함으로써 이혼하는 부모가 자녀의 양육에 협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유책주의 이론에서는 이혼하려면 상대방 배우자의 문제점을 속속 다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고,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자녀의 양육비 외에 아동양육수당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양육을 하려면 아무래도 본인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지 않나. 독일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위해 아동양육수당을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의 역할 강화 부분도 강조했다. 전경근 교수는 “선지급한 양육비 회수를 위해 국제징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강제집행에 필요한 채무자의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강제집행을 위한 절차는 대부분 법률사무이므로, 이행관리원의 이름으로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하고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최인화 변호사는 양육비직접지급명령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최 변호사는 “양육비직접지급명령은 실무에서 가장 유용하게 활용된다”면서도 “양육비 채무자가 직장을 퇴사하면 그 직접지급명령은 효력을 잃게 돼 개선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선희 판사 역시 “양육비 채무자가 자영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일 경우 직접지급명령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이직시마다 양육비 채권자가 다시 새로운 직접지급명령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며 채무자의 악용 우려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김선희 판사는 양육비선지급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판사는 “양육비 선지급은 본질적으로 국가가 일단 양육자에게 지급한 후, 채무자에게 이를 사후적으로 징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채무자의 재산은닉, 무직, 무소득상태, 주소불명 등 실제 현실에서 자주 접하는 사유들로 인해 실제 회수율이 저조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양육비 선지급제도는 아동의 생존과 직결된 양육비에 관한 아동복지 강화를 목적으로 하나, 실제 제도를 운용함에 있어 △자료 제출 △금융정보제공동의서 제출 △이행관리원의 조사 및 판단을 거쳐야 해 지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신속대응한다는 긴급 생계지원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김선희 판사는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서울에만 존재하는 점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인력과 예산의 제한 △선지급 부정수급 가능성의 문제 등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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