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건설 산업 '현장' 근본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반복되는 인력난과 고령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안전 문제에 직면한 건설업계가 로보틱스를 해법으로 꺼내들었다.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제 현장 적용 전제 '실증 중심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물산(028260)과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3일, 인천 청라 하나드림타운 현장에서 자재 운반 로봇을 공개 시연했다. 이는 양사가 2023년 4월 체결한 '건설로봇 공동개발 MOU' 이후 2년여만의 성과다. 반복적이고 고위험 작업인 자재 운반을 자동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건설사 간 '첫 공동개발 로봇 실증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공개한 로봇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복잡한 건설현장에 실제 투입 가능한 기술을 목표로 개발됐다. 자율주행을 위한 SLAM 기술, 팔레트 자동 인식 및 피킹 시스템, 충전 도킹과 로봇 관제 기술 등 다양한 요소기술이 집약됐다.
특히 현장에서는 작업자와 자재 동선을 분리해 작업 효율성 및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실제 현장 운영까지 감안한 점에서 기술 완성도와 실효성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수평 운반 실증 시작으로 수직 운반 및 복합 동선 대응 등 다양한 확장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 로봇화에서 나아가 건설 전체 공정 자동화를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사실 로봇 개발 이면에는 건설업계 전반에 깔린 위기감이 자리한다. 특히 기능인력 고령화와 신규 유입 감소가 심화되면서 '노동력 공백'이 구조적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능인 가운데 50대 이상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20~30대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량물 운반‧고소작업‧야간작업 등 고위험 공정에 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술 시연으로 끝났다면 지금은 진짜 '없으면 공사 못할 날'까지도 대비해야 한다"라며 "특히 민간 대형 프로젝트에서 인건비 리스크를 줄이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로봇이 유용하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술 도입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
로봇 기술은 초기 가격이 높을 뿐만 아니라 먼지‧진동‧강우 등 다양한 현장 조건에 따라 성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현장처럼 입찰가가 낮고, 공정이 경직된 프로젝트에서는 로봇 투입 경제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로봇 하나 개발해 운영하려면 전용 관제 시스템, 정비 인력, 전력설비까지 갖춰야 한다"며 "기술투자 여력이 있는 대형사와 달리 중견건설사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정도로 현실적 제약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런 연유 탓에 업계에서는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주도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중심으로 산‧학‧연‧관 로봇 생태계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도 의장사로 참여해 해당 로봇 개발을 수행했다. 정부는 R&D 예산 지원과 함께 로봇 인증체계와 표준화, 실증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확산 기반 마련에 나섰다.
한편 향후 건설로보틱스 기술은 AI‧디지털트윈‧클라우드 등 건설 전반 디지털 전환 흐름과 융합되며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로봇이 현장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과 공정 최적화가 가능할 경우 '무인 건설현장' 기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소병식 삼성물산 ENG혁신실장은 "자재 운반 로봇은 건설사 간 최초로 이뤄진 공동 연구 개발 성과이자 생태계 조성 출발점"이라며 "AI와 디지털 트윈 기반 산업 디지털 전환 속에서 건설 현장 무인화를 위해 로봇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운영하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김재영 기술연구원장은 "이번 시연회는 수평 운반 자동화 기술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 향후 다양한 건설 자동화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건설 자동화 기술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스마트건설 생태계 전반 기술 연계와 고도화를 통해 현장 중심 로보틱스 솔루션을 지속 개발하겠다"라고 설명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