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코치를 칭찬해줘야 돼.”
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 한화 이글스는 KIA 타이거즈에 1회초에 1점을 먼저 내줬다. 그러나 리드오프 이원석의 스트레이트 볼넷과 상대 유격수 포구 실책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3번타자 문현빈.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상 강공이 예상됐다. 여기서 한화가 완전히 KIA의 허를 찔렀다. 문현빈은 KIA 선발투수 윤영철이 초구를 던지려고 하자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KIA 3루수 패트릭 위즈덤이 재빨리 전진했다.
이때 KIA는 유격수 박찬호가 굳이 3루 커버까지는 가지 않았다. 경기초반이라 3유간을 비우고 3루를 커버하기엔 페이크 번트&슬러시 가능성을 의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컨택이 좋은 좌타자 문현빈이 툭 밀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현빈은 위즈덤의 움직임을 보고 곧바로 배트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2루 주자 이원석이 갑자기 3루로 뛰기 시작했다. 위즈덤이 재빨리 뒷걸음, 포수 김태군의 송구를 받아 태그를 시도했으나 이원석의 3유 점유를 막을 수 없었다. 허를 찌른 3루 도루였다.
결국 한화는 무사 1,3루서 윤영철을 더더욱 흔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문현빈이 결국 우측으로 깊숙한 1타점 2루타를 터트렸고, 여세를 몰아 2점을 더 보태며 3-1로 승부를 뒤집었다. 한화는 14-8로 대승하며 KIA의 최근 상승세를 잠재웠다.
김경문 감독의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는 해왔다. 9일 대전 KIA전을 앞둔 김경문 감독은 “그건 베이스코치(3루 김재걸 코치)를 칭찬해줘야 한다. 이전에 얘기가 서로 있었는데, 그걸 실전에 할 수 있다는 건, 이원석도 굉장히 센스가 늘었고 베이스 코치 칭찬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느림보 군단 시절, 한화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고급 발야구였다. 한화는 김경문 감독 부임 후 달리는 팀으로 확연히 변모했다. 떨어지는 화력을 발야구로 만회하는 효과가 상당하다. 결과만 보면 이원석의 3루 도루였다. 그러나 단순히 도루만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주루의 디테일이 좋아졌다는 걸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스러닝은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는다. 매일 잘 쳐서 이기긴 어렵거든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어제고, 잊어야 한다. 오늘 준비 또 잘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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