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과학기술의 발전이 의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의료가 미래에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이 제시됐다. 지난 4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25 충북세계인문사회학술대회 둘째 날, ‘한국의 미래와 과학기술의 역할’ 세션에서 김태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학기술과 함께 가는 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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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충북세계인문사회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태희 교수[사진=충북과학기술포럼] |
김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의 기술 혁신은 이제 질병 치료를 넘어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정밀하고 안전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정밀의학을 비롯한, 원격진료 및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재생의학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태희 교수는 “미래 진료는 환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질병의 예측과 예방, 치료까지 하나의 정밀한 시스템으로 통합될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치료는 의료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조기 진단을 통해 질병 위험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정밀의학은 최적화된 치료법을 가능케 하며, 이미 현장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팬데믹 이후로 성장하는 원격진료의 가능성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변화 역시 의료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개인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 및 관리하고,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의료정보를 관리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로써 의료 접근성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자가 건강 관리 솔루션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희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응책으로 그는 노화를 질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의학적 상태’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유전자 편집, 뇌 자극 기술,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 AI 돌봄 로봇 등을 통해 맞춤형 노화 관리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으며,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 동시에 가능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의료로봇 시장이 점차 성장하며 수술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첨단 의료 서비스를 새롭게 구현하는 로봇 기술은 수술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세포 및 조직 공학의 발전은 개인의 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 장기 제작을 통해 면역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이식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역시 미래 의료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김 교수는 AI가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임상시험 최적화를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새로운 질병 표지자를 확인하고, 효능 모니터링을 통해 약물 효과 추적을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수백만 개 화합물에서 유망 후보를 빠르게 선별하며, 빅데이터 분석은 임상실험 설계와 환자 모집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료는 과학기술과 다르게 인간 생명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인 만큼, 기술 도입에 앞서 의료의 특수성과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접근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빠르게 진화하는 과학 중심의 흐름에서 자칫 의료가 산업화·기술화만을 따라갈 경우, 예상치 못한 윤리적,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을 야기하고,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또 “의사와 과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는 인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라며, 융합형 전문가 양성과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의료는 본질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진료 책임 소재, 윤리적 판단이 중요한 영역”이라며 “기술 혁신보다 사람 중심의 설계, 현장의 목소리 반영, 국민적 소통을 통해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민감 데이터 관리 역시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인류 전체에 혜택이 되려면, 기술의 책임 있는 개발과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번 세션은 김태희 교수 외에도 원미란·김길후·권영식 교수 등이 참여해 AI, 블록체인, UAM 등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발표자와 충북과학기술포럼과 충북과학기술혁신원 전문가들도 참석해 지역의 과학기술 역할과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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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충북과학기술포럼] |
한편 2025 충북세계인문사회학술대회는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사회통합확산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181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융합 학술행사로, 올해는 ‘AI 시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융합’을 주제로 한다. 기존보다 2배 규모로 확대된 16개 세션, 60여 개 패널, 200여 개의 발표가 진행된다. 340여 명의 발제자와 토론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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