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준비 힘들다고요?” 제약사, 알약 장 정결제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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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팜비오가 선점한 알약형 장 정결제 시장에 JW중외제약, 대웅제약, 비보존 제약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장내시경 전 필수로 복용하는 장 정결제가 알약으로 빠르게 대체되며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장 정결제는 대장내시경 전 장 속을 깨끗이 비우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다. 장 정결이 되지 않으면 내시경 진단에 방해가 돼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팜비오가 선점한 장 정결제 시장에 JW중외제약, 대웅제약, 비보존제약 등이 도전장을 내밀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JW중외제약이 알약형 장 정결제 '제이클 정'을 출시했다. 복용량은 총 20정으로, 삼키기 쉬운 필름코팅제로 제작해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제이클 정은 장 정결 효과에서 기존 제품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구역감, 두통, 복부 팽만 등 이상 반응 발생률은 현저히 낮았다.

국내 임상 3상 결과 이상반응에서 비교우위가 드러났다. △구역감은 대조군 21.7%, 제이클 정 7.62% △두통은 대조군 8.49%, 제이클 정 0.95%로 모두 더 낮았다. △전해질 이상과 관련된 특별 관심 이상 사례(저나트륨혈증, 저칼륨혈증)는 발생하지 않았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대형 병원뿐 아니라 중소 병·의원과 건강검진센터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마케팅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장 정결에는 전통적으로 PEG(폴리에틸렌글라이콜) 성분 물약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검사 전 하루 동안 4리터에 달하는 물약을 마셔야 해 환자 부담이 컸다.

이에 제약사는 복용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장 정결제 기존 복용량을 4리터에서 2리터로, 2리터에서 1.38리터, 1리터로 점차 양을 줄인 가루약 장 세정제를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물에 타 마셔야 하는 번거로움과 물 양이 줄었을 뿐, 복용 과정이 힘들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거되지 않았다.

국립암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검사 과정이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다른 암 종보다 10%p 이상 높게 나오기도 했다.

왼쪽부터 JW중외제약 제이클정, 한국팜비오 오라팡이지정, 대웅제약 클린콜정. /각 사

2019년 한국팜비오가 OSS(경구용 황산염 액제) 성분을 알약으로 개발한 '오라팡정'을 출시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이 약은 물약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장 정결 효과, 안전성, 복약 만족도를 입증했다.

출시 5년 만에 연간 250억원 이상 처방되며 알약 장 정결제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팜비오는 지난 3월엔 알약 크기를 기존 대비 4분의 1로 줄여 복용 편의성을 더욱 높인 ‘오라팡이지정’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이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3가지 황산염 성분에 장내 기포 제거 효과가 있는 시메티콘을 포함한다.

오라팡 성공 이후, 물약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태준제약도 2023년 ‘수프렙미니정’을, 지난해 말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수프렙에스미니정’을 출시하며 알약 시장에 합류했다.

이처럼 알약형 장 정결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올해 들어서 신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4월 대웅제약이 ‘클린콜정’을, 5월 JW중외제약이 ‘제이클정’을 출시했으며, 6월에는 인트로바이오파마의 ‘이지팡정’, 유니메드제약의 ‘엔도팡정’, 휴온스의 ‘휴라팡정’, 한국휴텍스제약의 ‘정제팡정’ 등 총 6개 제품이 연이어 허가를 받았다.

비보존제약도 알약형 장 정결 개량신약 ‘비보락사정’의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임상은 대장내시경 검사 전 비보락사정을 복용한 피험자 2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 평가변수인 헤어필드 청결 척도(대장 내부 청결도 평가 기준)에서 한국팜비오 오라팡정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비보락사정은 기존 제품의 주성분에 피코황산나트륨을 추가해 장 정결 효과를 강화했다. 현재 피코황산나트륨, 황산칼륨, 황산마그네슘, 시메티콘 등 4개 성분을 조합한 조성물의 특허 등록을 진행 중이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비보락사정은 유효성과 편의성을 모두 입증한 차세대 장 정결제로, 오는 8월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대장내시경 검진 환자는 256만명으로, 2019년(233만명)보다 약 10%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 알약 장 정결제 만족도는 82.7%로 물약(33.3%)보다 2.5배 이상 높다. 향후 복용 희망자 4명 중 3명이 알약을 선호할 만큼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알약 장 정결제는 복약 부담을 줄여 환자 순응도를 높이고 대장내시경 거부감을 낮춘다는 점에서 시장 반응이 빠르다"며 "기존 시장을 선점한 기업과 후발주자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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